
밀워키는 머피 감독과 2028년까지의 3년 연장 계약을 발표했다. 머피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거머쥐며 지도력을 증명했다. 비록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최종 목적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구단은 그가 구축한 이기는 문화와 선수단 장악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계약 마지막 해가 오기도 전에 미리 도장을 찍어 '라스트 댄스'가 아닌 '지속 가능한 강팀'의 설계자로 대우한 것이다.
반면 한화 이글스의 시계는 다르게 흐른다. 김경문 감독은 2024년 시즌 중 부임해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팀을 202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무려 19년 만의 쾌거였다. 그러나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2026년을 앞둔 지금, 한화 구단의 시선은 감독이 아닌 선수에게만 쏠려 있다. 간판타자 노시환에게는 역대급 비FA 다년 계약을 제안하며 '미래'를 약속하고 있지만, 정작 그 자산들을 하나로 묶어 성과를 낸 수장에게는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대비는 KBO 리그에 뿌리 깊게 박힌 '극단적 성적 지상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국 야구에서 감독은 팀의 철학을 세우는 건축가가 아니라, 당장의 승수를 찍어내야 하는 고용인에 가깝다. 성적이 나오면 '명장'으로 추앙받다가도, 조금만 휘청이면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소모품 취급을 받는다. 준우승이라는 성과조차 재계약의 확실한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는 현실은, 감독을 팀 시스템의 일부가 아닌 '결과에 대한 책임자'로만 보는 시각에서 기인한다.
감독이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하면 선수단 내 리더십에는 균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MLB는 신뢰를 선제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KBO는 감독의 목을 끝까지 쥐고 있어야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머물러 있다. 한화 구단이 노시환을 지키기 위해 쏟는 정성의 절반이라도 팀의 중심을 잡은 베테랑 감독에게 보였다면, 2026시즌 한화의 기세는 지금보다 훨씬 단단했을지 모른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고, 그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구단의 철학과 신뢰다. 67세 동갑내기 감독의 엇갈린 연장 계약 소식은, 왜 우리가 여전히 '우승 아니면 실패'라는 단세포적 성적 지상주의에 함몰되어 있는지를 뼈아프게 묻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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