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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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37] 북한 야구에서 왜 '스트라이크'를 '정확한 공'이라 말할까

2025-12-19 07:44

북한에서 야구를 하는 모습
북한에서 야구를 하는 모습
야구에서 외래어 ‘스트라이크(strike)’는 투수가 던져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공을 타자가 치지 못하고 포수가 받는 일을 의미한다. 야구 이외에서 쓰는 스트라이크라는 용례를 살펴보면 볼링에선 한 번에 열 개의 핀을 모두 넘어 뜨리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것도 스트라이크라고 부른다.

영어 ‘strike’ 어원은 고대 영어 ‘strican’으로 본래 뜻은 “치다, 때리다”였다. 오늘날에도 s‘trike a match(성냥을 켜다)’, ‘lightning strike(번개가 내리치다)’처럼 강한 작용을 의미한다. 야구에서도 이 어원은 그대로 살아 있다. 스트라이크란 결국 타자가 ‘쳐야 할’ 공, 혹은 칠 수 있었던 기회를 가리킨다. 헛스윙이 스트라이크로 기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을 치지 못했지만, ‘칠 기회’는 주어졌다는 판단이다.

1845년 야구 초창기, 타자가 공을 ‘쳐야 할 기회’라는 개념이 중요했다. 그래서 공을 쳤는데 헛스윙하는 것과 쳐야 할 좋은 공을 치지 않을 때, 스트라이크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은행원 출신 알렉산더 카트라이트는 헛 스윙을 세 번하면 아웃되는 규정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실력없는 타자들 때문에 경기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위한 조항이었다. 1858년 심판들은 칠 수 있는 공을 고의적으로 스윙을 하지않는 선수에게 경고와 함께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1871년부터는 스트라이크존이 등장했다. 타자가 투수에게 두 개의 존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쪽을 지정할 수 있었다. 허리부터 무릎 사이를 통과하는 낮은 코스와 허리부터 어깨높이의 높은 코스였다. 타자가 요구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공은 ‘볼(ball)’로 선언했다. 타자의 요구대로 투수가 던지는 경기방식은 1887년 폐지됐다. 이후는 현재와 같은 유사한 형태의 스트라이크존이 등장했다. 허리와 무릎 사이의 일정한 공간을 지나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 그렇지 않은 공은 볼로 선언했다. (본 코너 201회 ‘왜 스트라이크(Strike), 볼(Ball)이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스트라이크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9년 9월8일자 ‘육인제야구미국(六人制野球米國)서유행(流行)’ 기사는 ‘【아이오아발동맹(發同盟) 우신(郵信)】야구(野球)를 보급(普及)시켜 체위향상(體位向上)을 도모(圖謀)하려는 풀랜을 일본(日本)아닌 미국(米國)의 일청년(一靑年)이 안출(案出)하여 목하전미(目下全米)에 유행(流行)되고잇다 그 틤편성(編成)은 유격수(遊擊手),삼루수(三壘手)와 밋중견수(中堅手)를 제외(除外)하고 육인(六人)으로 일(一)틤을 조직(組織)한다 구장(球塲)은 정삼각형(正三角形)으로 선(線)을긋고 삼각형(三角形)의 정점(頂點)을 본루(本壘)로한다 저변(底邊)의 양단(兩端)에 이루(二壘),삼루(三壘)가 잇고 그후방(後方)에 외야수(外野手)가 이인(二人)이잇다 각위치(各位置)는 각자(各自)가지키고 일사(一死)마다 각인(各人)의위치(位置)를 교대(交代)하여 결국 육인(結局六人)이 전부(全部)여섯위치(位置)를 다할수잇게된다 따라서 외야(外野)에 뽈이 오지안허서 께임중(中)에 무미(無味)한감(感)이 업게하고 야구(野球)의 흥미(興味)를 업세이지안토록한다 시합방법(試合方法)은 스트라이크 두 개로 아웃 사구(四球)가 아니고 삼구(三球) 삼사(三死)췐지가 아니고사사(四死) 육회(六回)의시합(試合)이다 다이야몬드는 육십척(六十尺)의 정삼각형(正三角形)이다 이것어 미국청소년간(米國靑少年間)에 대호평(大好評)을바더 성행(盛行)되고잇다는데 이야구발명자(野球發明者)는 스테판에프러—라는 아이오아주(洲)에사는 이십사세(二十四歲)의청년(靑年)으로 일찌기 육인제미식축구(六人制米式蹴球)도안출(案出)한바이섯다’이라고 전했다. 당시 기사는 1939년이라는 시점을 고려하면, 야구를 일본의 전유물이 아닌 미국발 스포츠로 재확인하려는 미묘한 인식이 읽힌다. 동시에, 야구 규칙이 결코 고정불변이 아니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북한 야구에서 스트라이크는 ‘정확한 공’이라 부른다. 이는 단순한 언어 차이를 넘어선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북한 야구에서 중요한 것은 투수가 규칙에 맞게 정확히 던졌는가다.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면 그것은 ‘정확한 공’이고, 벗어났다면 ‘부정확한 공’이다. 이 언어는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규범에의 적합성을 묻는다.

여기에는 북한 특유의 언어 정책도 작용한다. 외래어를 음역해 쓰기보다는, 기능과 의미를 풀어 설명하는 순화어를 선호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확하다’는 말에는 기술적 의미와 함께 가치 판단이 담겨 있다. 옳고 바르며 규칙에 맞는 행위라는 평가가, 판정 용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참조)

결국 스트라이크와 ‘정확한 공’의 차이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영어권 야구는 “칠 수 있었는가”를 묻고, 북한식 야구 언어는 “제대로 던졌는가”를 묻는다. 같은 판정을 두고도 시선은 타자에서 투수로, 가능성에서 규범으로 이동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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