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가 2026년부터 아시아쿼터제 도입을 예고했을 당시, 레전드 양준혁이 남긴 이 발언은 과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그 우려는 특정 구단의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2026시즌 선발 로테이션이 그 상징적인 사례다. 롯데는 현재 선발 후보로 엘빈 로드리게스, 제레미 비즐리, 쿄야마 마사야 등 외국인·아시아쿼터 투수 3명과 박상웅, 나균안을 두고 시즌을 구상 중이다. 로테이션 5명 가운데 3명이 외국인 자원으로 채워지는 구조다. 양준혁이 말했던 '1~3선발 외국인화' 시나리오가 그대로 구현된 셈이다.
양준혁의 문제 제기는 단순히 외국인 선수 숫자에 대한 반감이 아니었다. 그는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될 경우, 구단들이 검증된 해외 자원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결과 국내 투수, 특히 고졸·대졸 유망주들이 1군에서 성장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롯데의 로테이션 구성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끌어올린 장면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이를 '효율적 전력 강화'로 해석한다. 실제로 외국인 스카우팅과 계약 능력이 뛰어난 구단은 즉시 전력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일본, 대만, 호주 리그의 중상위급 투수들을 합리적인 조건으로 데려와 로테이션에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롯데 역시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리그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선발 자원의 입지가 줄어들면 FA 시장에서의 가치 하락, 유소년·아마야구로 이어지는 동기 저하, 장기적인 투수 육성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성비 외국인'에 대한 의존이 늘어날수록, 국내 선수층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결국 롯데의 '외국인 3선발 로테이션'은 한 구단의 선택을 넘어, KBO가 앞으로 어떤 리그가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양준혁이 던졌던 경고는 더 이상 가정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 됐다. 이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지, 아니면 KBO 전반으로 확산될 구조적 변화의 시작이 될지는 이제 리그 전체가 답해야 할 문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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