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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19] 북한에선 왜 '골킥'을 '날리기'라고 말할까

2025-11-30 07:00

 2016년 북한 축구 대표팀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북한 축구 대표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외래어 ‘골킥(goal kick)’은 단순히 ‘차는 행위(kick)’가 아니라 상대 진영으로 강하게 띄우는 것을 의미한다. 축구에선 상대편 선수가 골라인 밖으로 차낸 공을 자기편 에어리어에 갖다 놓고 차는 일이며, 럭비에선 트라이를 한 후 득점을 노리고 차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은 일본식 영어 음차인 ‘골 킥(ゴールキック)’을 갖다 쓴 것이다. (본 코너 307회 ‘골킥(Goal Kick)은 골키퍼만 차는 게 아니다... 그 이유는’ 참조)

영어 ‘goal kick’는 골문을 의미하는 ‘goal’과 찬다는 의미인 ‘kick’의 합성어이다. goal’은 원래 문, 출입구를 뜻하는 중세영어 ;gol, gole’에서 출발했다. 16세이 이후 ‘목표 지점’, ‘득점 지점’ 등의 의미로 확장됐으며, 18세기 후반 축구에서 ‘골대’, ‘득점’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본 코너 306회 ‘왜 ‘골(Goal)’이라 말할까‘ 참조)

‘kick’는 고대 영어로 차다, 걷어차다라는 의미인 ‘kican’에서 유래했다. 중세 시대를 거치며 발로 치기, 차기라는 의미가 됐다. 따라서 ‘goal kick’는 골 지역에서 하는 차기라는 의미가 보태졌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골키’이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26년 11월 21일자 ‘體育會主催(체육회주최),本社後援(본사후원) 第七回全朝鮮蹴球大會(제칠회전조선축구대회) 第二日(제이일) 士氣倍振(사기배전)의凖優勝戰(준우승전) 意氣(의기)와意氣(의기)로雌雄相爭(자웅상쟁)’에서 ‘골킥’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당시 기사는 경기 내용을 소개하면서 ‘골킥, 코너킥, 오프사이드, 프리킥’ 숫자 등을 알렸다.

골(Goal)’과 ‘킥(Kick)’은 일제강점기 체육계와 신문 지면에 이미 뿌리내린 외래어였다. 해방 이후에도 이 표현은 굳어졌고, 프로축구가 성장한 1990년대부터는 오히려 세계 규칙과 동일한 외래어라는 점이 장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남한의 ‘골킥’은 국제 규범과의 접속성을 언어의 우선가치로 둔 결과이다.

북한에선 ‘골킥’을 ‘날리기’라고 부른다. 원래 ‘골킥’이 ‘골 지역에서 상대 진영으로 공을 세게 차내며 경기를 재개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북한은 그 핵심 기능을 ‘날려 보내는 행위’로 규정했다.

북한 스포츠 용어에는 ‘차기, 넘기기, 끊기, 몰기, 벌차기, 모서리차기’ 등 동사와 ‘-기’ 형태의 명사화가 흔하다. 예를들면 ‘킥’을 ‘차기’, ‘패스’를 ‘넘기기’, ‘인터셉트’를 ‘끊기), ’프리킥‘을 ’벌차기‘ 등으로 말한다. 이런 형식으로 ’골킥‘이 ’날리기‘라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본 코너 1607회 ’북한에선 왜 ‘프리킥’을 ‘벌차기’라고 말할까‘, 1613회 ’북한 축구에선 왜 ‘인터셉트’를 ‘끊기’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 매체에서는 골킥에 대해 ‘문지기가 날리기를 단행하였다’, ‘상대 문전 가까이로 길게 날리기하였다’, ‘수비 실수로 날리기 기회를 내주었다’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날리기하다’라는 동사화까지 사용하며, 골킥을 ‘멀리 날려보내는 재개행위’로 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외래어 배제, 조선어 중심, 기능 중심 용어화 원칙을 따라서 ‘골킥’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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