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intercept’는 라틴어 intercipere에서 유래했다. 사이에서, 중간에 라는 의미인 접두어 ‘inter’과 잡다라는 의미인 ‘capere’가 결합한 단어이다. 중간에서 잡다, 도중에 빠앗다는 뜻이다. 고중세 영어권에서 14세기 ‘intercepten’ 형태로 등장했다가 17세기~18세기 무렵 ‘intercept’라고 표기했다. 20세기 이후 스포츠용어로 패스를 가로채다는 의미도 쓰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60년대부터 인터셉트라는 말이 등장헀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65년 4월30일자 ‘亞洲女子(아주여자) 籠球閉幕(농구폐막) 韓國(한국),8戰(전)8勝(승)으로制覇(제패)’기사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우승을 하는 경기 내용을 보도하면서 ‘인터셉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일본 축구 해설 전술서 등에선 가타카나로 표기해 'インターセプト(인타셉토)'라고 말한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조선말 다듬기’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체육 용어 역시 외래어보다 ‘우리말’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축구는 특히 대중경기이기 때문에 언어의 통일성과 직관성이 강조되는 분야다. 누구나 들으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말, 어려운 외국어 대신 민족적 감각에 맞는 표현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대목은 군사적 사고방식의 영향이다. 북한 체육 보도에서는 경기 흐름을 ‘전선’, 공격을 ‘타격’, 수비를 ‘방어전’이라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축구는 전투의 축소판이며,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는다’는 행위는 전장에서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북한이 체육을 ‘전투력 제고’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사상적 배경이 용어 선택에도 자연스레 스며든 셈이다. (본 코너 1581회 ‘북한은 문화어에서 스포츠 용어를 어떻게 바꾸었나’ 참조)
결국 ‘끊기’라는 용어는 북한식 언어정책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북한 사회의 인식 구조를 반영한 상징적 표현이다. 같은 경기, 같은 동작이라도 어떤 언어로 부르느냐에 따라 사고의 방향이 달라진다. 남측의 ‘인터셉트’가 기술적·전술적 느낌을 준다면, 북한의 ‘끊기’는 훨씬 능동적이고 결연한 이미지를 덧씌운다. 말 한마디가 축구를 넘어 사회의 정서를 드러내는 작은 창이 되는 순간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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