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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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12] 북한 축구에선 왜 ‘원투 패스’를 ‘연속 연락’이라 말할까

2025-11-23 06:04

 2025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팀이 독일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
2025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팀이 독일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
‘원투 패스’는 축구 패스 용어이다. 공을 한 번 주고, 두 번 째에 바로 되돌려 받는 순간적 인 왕복 패스를 의미한다. 영어 ‘One–Two Pass’를 우리말로 표기한 말이다. 이 말은 한 번 주고(One), 두 번째에 바로 받는다(Two)라는 전술적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묘사한 용어다. 북한에선 이를 ‘연속 연락’이라 말한다.

1930~1950년대 축구 전술 교육에서는 군사적 명령 체계와 유사한 단순한 용어를 선호했다.
코치가 빠르게 지시하기 위해 “One!”, “Two!”라는 식의 리듬 형 지시어가 사용되면서 이 명칭이 자연스럽게 전술 이름으로 굳어졌다. 특히 영국·스코틀랜드 축구 초창기 훈련에서“One-two! One-two!”라는 구령이 반복되며 이 용어가 국제적으로 확산되었다. 이후 1960–1970년대에 TV 중계가 보편화되면서 영국 해설자들이 ‘wall pass’, ‘give-and-go’와 함께 one-two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고, 이것이 글로벌 표준 전술어로 자리 잡았다. ‘wall pass’는 벽에 공을 튕기듯, 동료를 ‘벽’처럼 이용해 리턴 패스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give-and-go’는 주고 달린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부터 ‘원투 패스’ 보다는 ‘월 패스’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89년 6월21일자 ‘한국화랑 사실상 예선탈락’ 기사는 ‘【강릉(江陵)=이건실(李健實)기자】한국의화랑팀이 사실상 탈락했다. 화랑은 20일 강릉에서 벌어진 대통령배국제축구대회B조예선리그 2차전에서 전년도 우승팀 체코에 4대1로 대패,예선전적2패를 기록함으로써「기적」이 생기지않는한 탈락하게 됐다. 화랑은 후반 20분 FW 함현기(咸鉉起)가 이태호(李泰昊)와 월패스를 하며체코,골에어리어 왼쪽에서땅볼슛,1점을 건짐으로써간신히 영패는 모면했다;고 전했다. 기사 내용은 후반 20분 함현기가 이태호와 ‘월패스’(원투 패스)를 주고 득점하며 영패를 면했다는 것이다.

북한 축구에서 ‘연속 연락’이라고 부르는 것은 외래어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기술의 기능과 의미를 우리말로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연속’이라는 말은 동작 사이의 끊김이 없다는 뜻을 담고, ‘연락’은 북한식 축구 언어에서 ‘패스’를 의미한다. 공의 이동을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선수들 사이의 의사연결, 즉 협동적 작용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북한 축구 보도에서는 “련속련락전술로 방어선을 허물었다”, “좌익공격수와 중간방어수의 련락이 원활했다”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패스의 기술적 정밀함보다 조직적 유기성과 협동의 미학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이런 언어 선택에는 사회주의식 집단주의의 가치관이 짙게 배어 있다. 공을 주고받는 행위조차 선수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 련계’로 규정하며, 경기 전체를 ‘집단의 호흡’으로 바라보는 문화적 시각이 작용한다.

결국 ‘연속 연락’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다. 기술을 기능적으로 분석하고, 외래어를 배제하며, 팀플레이를 사회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북한식 언어문화의 결정체다. 같은 전술도 남쪽에서는 원투 패스, 북쪽에서는 연속 연락이 된다. 축구 기술 하나의 명칭이 양 체제가 바라보는 스포츠의 철학적 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셈이다. (본 코너 1581회 ‘북한은 문화어에서 스포츠 용어를 어떻게 바꾸었나’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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