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해 상황은 보라스가 기대한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1억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을 따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요 FA들은 시즌 개막 직전까지 팀을 찾지 못했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버티기 전략'이 오히려 선수들의 몸값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로 돌아갔다.
결국 벨린저는 3년 8000만 달러, 채프먼은 3년 5400만 달러, 스넬은 2년 6200만 달러에 각각 계약했다. 모두 계약 기간과 보장 금액에서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들은 옵트아웃 조항을 넣으며 사실상 'FA 재수'를 택했지만, 이미 협상 주도권은 구단 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개막 이틀 전 애리조나와 1년 2500만 달러에 합의했던 몽고메리는 결국 시즌 중 계약이 해지되며 보라스의 전략 실패를 상징하는 사례로 남았다.
이런 전례는 김하성에게도 시사점을 던진다. 김하성은 애틀랜타와의 1600만 달러 옵션을 포기하고 FA 시장에 나왔다. 수비력과 활용도, 포지션 유연성을 감안했을 때 장기 계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시장은 언제나 '가능성'보다 '수요'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물론 김하성에게 다년 계약을 제시할 구단은 존재한다. 그러나 1600만 달러 이상을 확실히 보장할 확신 있는 매수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내야 자원의 공급이 풍부하고, 대부분의 팀이 외야·선발 보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이번 FA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김하성의 협상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라스의 지연 전략이 다시 한 번 작동할지, 아니면 '덤핑 계약' 사태가 반복될지.
김하성의 FA 시장은 화려한 대박 기대와 냉정한 현실 전망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국면에 놓여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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