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는 기본적으로 주자를 한 베이스씩 이동시키며 득점을 쌓는 스포츠다. 안타, 볼넷, 진루타, 희생플라이, 번트 등 점수를 내기 위한 단계는 복잡하고 그 과정에는 수많은 변수가 개입한다. 그러나 홈런은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한다. 주루 실수도, 병살 위험도, 외야 수비의 호수비도 홈런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공이 담장을 넘기는 순간 결과가 완성된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득점 방식이라는 말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심리적 효과 또한 크다. 홈런은 단순한 점수 이상의 분위기 전환력을 지닌다. 추격, 동점 혹은 역전 홈런의 경우 선수단 분위기는 물론, 경기장 전체의 에너지를 뒤흔든다. 투수 입장에선 한 방에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생기고, 이는 곧 볼넷 증가와 존 승부 회피로 이어진다. 즉, 홈런 타자의 존재 자체가 상대 배터리에게 압박을 가하는 자산이 되는 셈이다.
리그 레벨이 높아질수록 홈런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도 중요하다. MLB처럼 투수 수준이 최고치에 달하는 환경에서는 길고 촘촘한 공격이 통하기 어렵다. 결국 한 방으로 승부를 바꾸는 힘, 즉 장타력이 상위 레벨 야구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는다.
결국 홈런은 단순히 점수를 내는 수단이 아니라 경기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스카우팅은 장타력을 우선시하고, 연봉과 시장가치도 홈런 생산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이며, 홈런은 그 흐름을 한 번에 바꾸는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런데도 롯데 자이언츠는 홈런의 중요성을 '무시'했다. 거포 영입에 인색했고, 3할 타자를 고집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도 홈런이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했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은 홈런이 승자와 패자를 뒤바꿔놓았다.
답은 명확하다. 롯데는 홈런 타자를 영입해야 한다. 외국인이든 토종이든, 트레이드를 통해서든 FA 영입이든 거포를 보유해야 한다. 홈런 타자 없이 롯데의 가을야구는 요원하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