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영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0305035103483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일본대사전등에 의하면 일본에서도 에도시대부터 우리나라와 똑같이 ‘水泳’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수영이라는 말을 일본어 발음으로 ‘미즈오 요기’라고 표현했다. 지금처럼 ‘水泳’을 ‘수에이’로 음독하게 된 것은 1870년대 이후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Swimming’은 헤엄치다는 의미인 동사 ‘swim’의 동명사형이다. ‘swim’은 고대 독일어 ‘swimjan’이 어원이며, 고대 영어 ‘swimman’을 거쳐 변형됐다. 스포츠로서 수영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1837년 영국에서 첫 수영경기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1875년 영국인 매뉴 웹이 세계 최초로 영국 도버에서 프랑스 칼레까지 이르는 도버 해협을 수영으로 건너며 수영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20세기에 들어 여성의 수영 참가가 서서히 진행됐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에서부터 수영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수영 여자 종목이 시작됐다. (본 코너 800회 ‘왜 ‘수영(水泳)’이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에서 ‘수영’ 대신 쓰는 ‘헤염치기’는 ‘헤엄치다’라는 순우리말을 명사화한 것이다. 북한은 외래어나 한자어를 ‘사상적 오염의 흔적’으로 보고, 모든 체육용어를 우리식으로 고쳐왔다. ‘축구’는 ‘발공차기’, ‘농구’는 ‘바구니공던지기’, ‘야구’는 공던지기‘로 부른다. (본 코너 1587회 ‘북한에서 왜 ‘축구’를 ‘발공차기’라고 말할까‘, 1591회 ’북한에선 ‘농구’를 왜 ‘바구니공던지기’라고 말할까‘, 1592회 ’북한에선 왜 ‘야구’를 ‘공던지기’라고 말할까‘참조)
1960년대 후반 김일성은 “조선말은 인민의 혁명정신이 깃든 말”이라며, 외래어를 버리고 “모든 인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지시했다. 체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영’은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했지만, 농민과 노동자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한자어였다. 반면 ‘헤엄치기’는 어린아이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북한은 이런 쉬운 말이야말로 ‘인민적’이며 ‘혁명적’이라고 보았다.
‘헤염치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 북한의 체육 언어는 대부분 행동 중심이다. ‘공치기’, ‘달리기’, ‘던지기’처럼 몸의 움직임을 그대로 옮겨놓은 표현이다. ‘헤엄치기’ 또한 단순한 운동명이 아니라, 몸으로 물결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곧 ‘자력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인간상’과 겹친다. 그래서 북한 매체에서 선수들이 “혁명정신으로 헤염치며 조국의 명예를 빛냈다”고 표현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북한에선 수영 세부 종목으로 자유형은 '마음대로 헤염치기', 배영은 '등헤염치기', 평영은 '가슴헤염치기', 접영은 '나비헤염치기'라 부른다. 다이빙은 ''뛰어들기'라고 말한다.
‘헤염치기’는 북한 언어정책의 산물이자 사상적 상징이다. 말 속에는 ‘민족어의 순수성’, ‘인민의 이해’, ‘행동하는 주체’라는 세 가지 코드가 들어 있다. 북한에서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사상전선이다. 따라서 용어 하나를 바꾸는 일조차 체제의 정체성을 새기는 행위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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