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패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지는 법을 잊어야 할 팀이, 이기는 법을 잃어버리는 순간이다. 처음 두세 번의 패배는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네 번, 다섯 번으로 이어지면 선수들의 마음속에 불안이라는 씨앗이 뿌려진다. 방망이를 쥔 손은 무거워지고, 마운드 위 투수의 어깨는 더욱 경직된다. 작은 실수 하나가 눈덩이처럼 굴러가며 패배를 재촉한다. 연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와 분위기의 괴물이 된다.
이번 시즌은 유독 '연패 도미노'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롯데가 12연패 늪에서 기적적으로 빠져나온 직후, KIA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한화도 5연패라는 늪에서 허우적대다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곧이어 두산이 4연패의 덫에 걸렸다. 꼴찌 키움의 4연패는 이제 뉴스가 되지 않는다. 시즌 내내 연패를 반복해온 탓에, 그들의 패배는 더 이상 충격을 주지 못한다. 연패가 일상이 된 팀에게 패배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그저 습관일 뿐이다.
연패 도미노가 무서운 건 리그 판도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순위표는 이 흐름에 따라 요동친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서 단 며칠의 부진은 포스트시즌 희망을 앗아간다. 팬들의 시선은 '올라갈 팀이냐, 떨어질 팀이냐'라는 냉정한 잣대로 변한다. 연패의 파도는 결국 가장 취약한 모래성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희생양을 불러들인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연승이 팀을 구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연패가 모든 것을 앗아가는 순간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끊어내느냐'다. 어떤 팀은 예상치 못한 신예의 활약으로, 또 어떤 팀은 베테랑의 한 방으로 연패의 고리를 자른다. 롯데는 마치 깊은 바다에서 숨을 찾아낸 잠수부처럼 극적으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KIA와 두산은 아직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연패 도미노의 다음 칸에 설 팀은 누구일까.
연패는 야구의 잔인한 얼굴이다. 한순간의 방심이, 며칠의 부진이, 한 달의 추락으로 이어진다. 지금 KBO 리그는 도미노처럼 차례로 무너지는 팀들의 행렬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 누군가는 허우적대다 끝내 가라앉을 것이고, 누군가는 기적처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 갈림길에서, 야구는 언제나 잔혹하면서도 매혹적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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