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민호야, 나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초등학교 시절 개구쟁이였던 나를 항상 밝은 미소로 맞아주셨던 박용학 프님이었다.
“그래, 1부 투어에 진출했다는 소식 들었다. 장하구나. 늦었지만 축하하고… 코스에서는 항상 밝게 웃고, 좋은 성적 거뒀으면 한다. 알았지? 가끔 TV로 지켜보마.”
아마 8년 만의 통화였던 것 같다. 박 프로님은 내게 축하의 말을 전해주기 위해 일부러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를 했다. 만약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은혜도 모르고, 전화도 안 하는 놈’이라고 속으로 욕이나 했을 것이다. 스승의 마음이란 그런 건가 보다.
마침 오는 15일이 스승의 날이다. 오늘은 나의 스승들에 대해 소개할까 한다. 선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골프 선수들은 대개 주니어 시절부터 투어 프로가 될 때까지 서너 명의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
여기서 잠깐. 일반인들은 정상급 골프 선수들도 왜 굳이 코치에게 돈을 주면서 스윙 점검을 받는 지에 대해 의문점을 갖기도 한다. 골프는 투어 프로 선수들이 훨씬 잘 치지 않느냐는 거다.
거기에 대한 답은 이렇다. 아무리 샷이 좋다고 해도 그립이나 어드레스, 스윙 등에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 본인은 잘 인식하기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적인 부분도 있다. 투어를 뛰면서 느끼는 고충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대화할 사람이 필요해서다.

친구들은 날 ‘조민호’라 불렀다
어쨌든 나의 경우에는 다섯 분의 스승을 모셨다. 처음 만난 분이 앞서 소개한 박용학 프로님이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항상 따뜻하게 대해줬던 그 마음이 여전히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내가 세미 프로였던 시절에는 협회 경기위원으로 계시면서도 일부러 내게는 성적을 묻지 않았다. 그저 멀찍이서 바라봤다. 내가 부담을 느낄까봐.
두 번째 만난 분이 조범수 프로님이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나를 지도했던 분이다. 조 프로님 집에서 잠을 잔 것도 수 차례였다. 동계훈련을 가면 항상 본인 숙소에 나를 재워줬다. 시합에 나갈 때도 조 프로님이 운전하고, 조수석은 항상 내 자리였다. 아버지와 아들과 같은 존재였다. 얼마나 가까웠는지 같이 골프를 배우던 친구들은 나를 김민호가 아닌 ‘조민호’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 프로님은 아들이 없고, 딸만 둘이다. 맞다. 그래서 나를 더 예뻐해 줬는지 모른다. 정말 친아들 이상으로 내게 정성을 쏟았다. 단지 골프 기술만 가르치려 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가르치려고 했던 분이다.

고덕호 프로는 롤 모델
골프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 분은 고덕호 프로님이다. 1년 정도 배웠다. 고 프로님은 나의 롤 모델이기도 했다. 프로님의 레슨 프로그램과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따라하려 했다. 레슨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항상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지금 나를 후원하고 있는 MFS의 전재홍 대표님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학 시절 골프 피팅 강의에서 처음으로 교수와 제자로 만나 지금까지 이어졌다. 투어 프로가 된 후 후원을 해달라고 했을 때도 흔쾌히 맞아주셨으니 그 은혜를 잊을 수 없다.

좋은 성적으로 스승 은혜 보답
마지막으로 스승이자 형인 분이 있다. 엊그제도 만난 이상훈 프로님이다. 나보다 10살 위다. 외아들인 나는 어린 시절 형이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겼고, 지금은 상훈이 형을 친형처럼 따른다. 몇 년 전에는 형의 고향인 전북 김제에 내려가 2,500포기의 김장을 함께 한 적도 있다. 형은 자신의 아카데미에서 내가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항상 내 스윙을 꼼꼼히 챙긴다.
이번 주에는 경기도 성남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리는 매경오픈에 출전한다. 지난 달 첫 시합과 달리 이번에는 내 색깔의 골프를 하려고 한다. 공격적으로 말이다. 한편으로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심적 부담도 있다. 그래도 억척같이 치려 한다. 나의 스승들이 지켜보고 있어서다. 그들에게 나를 가르쳤다는 보람을 안기도 싶은 게 스승의 날의 선물이다.
정리=김세영 기자(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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