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토)

골프

[김민호의 루키 다이어리](2)봄바람에 마음 떠난 애인 찾기

2015-05-06 01:21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새롭게 합류한 김민호(26.MFS)의 투어 일기를 연재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그가 ‘루키’로서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전달할 계획입니다. 새내기로서 어려운 점도 있을 거고,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 가며 희열도 느낄 겁니다. 골프는 인생이라고 하죠. 김민호에게는 새로운 골프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그의 인생 얘기를 함께 들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건 어떨까요. [편집자 주]
▲클럽은이제나의가장소중한애인이자무기다.사진
▲클럽은이제나의가장소중한애인이자무기다.사진

나는 요즘 바람이 났다. 새로운 애인을 찾고 있다. 얼굴은 도시적인 이미지에 지적인 느낌을 풍기면 좋겠다. 몸매는 매끈하게 빠졌으면서 성격까지 나긋나긋하면 금상첨화다. 벌써 몇 명과 만나 궁합을 맞춰보기도 했다.

유부남이 무슨 얘기를 하는가 하겠다. 나의 새로운 애인은 사람이 아닌 골프채다. 이제 난 투어 프로다. 대회에 나가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그에 따른 상금으로 먹고산다. 그러니 클럽은 나의 가장 소중한 애인이자 무기다. 실제로 아내와 지내는 시간보다 클럽과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프로 골퍼에게는 전략이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기가 기본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군인이 소총의 영점을 조정해야 타깃을 정확히 맞힐 수 있듯 골프채도 나와 궁합이 맞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에 대한 믿음도 생기는 법이다.

지난해 시드전을 2위로 통과한 후 여러 브랜드에서 연락이 왔다.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는 진짜로 투어 프로가 됐다는 자부심도 느꼈다. 약간 우쭐한 느낌, 뭐 그런 거다.
▲시즌시작전에는미처느끼지못했으나개막전에서클럽이나와궁합이맞지않다는걸느꼈다.사진
▲시즌시작전에는미처느끼지못했으나개막전에서클럽이나와궁합이맞지않다는걸느꼈다.사진

프로에겐 클럽이 애인이자 무기

아직은 무명의 루키이다 보니 메인 스폰서 계약 외 용품 사용으로는 별도의 계약금을 받지는 못했다. 실력을 쌓고 김민호라는 이름 석 자를 더 알려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용품을 지원 받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대개 내 위치의 프로 골퍼라면 매 대회 상위 10위 이내에 입상했을 경우에만 인센티브 형식으로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돈의 액수는 총상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어쨌든 고민 끝에 MFS와는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테일러메이드,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등과는 용품 사용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2주 전 개막전이었던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때 클럽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와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데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봄바람 나서 이미 마음 떠난 애인이랄까. 심리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실전에 사용해 보니 내가 원하는 느낌과 조금 달랐다. 원래 회초리를 휘두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좋아하는데 골프채가 약간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스윙 템포도 빨라졌다. 볼은 자꾸 우측으로 밀릴 것 같았다.
▲MFS에서피팅작업을하고있는모습.사진
▲MFS에서피팅작업을하고있는모습.사진

내 몸에 맞는 스펙 새롭게 찾아나서

나의 애인인 클럽이야 제각기 놓고 보면 모두 훌륭하다. 어디 내놔도 빠질 처자들이 아니다. 모든 건 나의 책임이다. 내 스윙에 맞는 클럽의 무게나 샤프트 강도, 그립 사이즈 등을 확실히 알고 클럽을 선택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거다. 조합만도 수백, 수 천 가지인 상황에서 꼼꼼히 따져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과 달리 골프채가 좋은 점은 궁합이 맞지 않으면 쿨하게 헤어지면 된다는 점이다.

첫 시합을 마치고 나서 사흘 후에 지산 골프장에 있는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을 찾았다. 3번 우드와 유틸리티 등을 새롭게 맞추기 위해서였다. MFS 샤프트에 타이틀리스트 헤드를 끼웠더니 일단 조합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돌며 테스트를 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MFS는 루키인 나를 위해 여러 차례의 피팅 과정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루키에게는 이런 업체가 든든한 응원군이 아닐 수 없다. 남자 골프계가 침체돼 있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MFS피팅담당자와클럽에대한의견을나누고있다.사진
▲MFS피팅담당자와클럽에대한의견을나누고있다.사진

처음 경험한 퍼터 피팅 실전 도움…매경오픈 기대

나에게 맞는 최적의 무기이자 애인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 센터를 방문했을 때다. 시즌 개막에 앞서 찾은 그곳에서 퍼터 피팅을 받았다. 이전에도 퍼팅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해 본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정말이지 색다른 경험을 했다.

스트로크 자세뿐 아니라 퍼터의 무게, 로프트 등에 따라 볼의 롤이나 방향성, 그리고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이전에 미처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배운 게 많았고, 실전에도 큰 도움이 됐다.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당시 롱 퍼트도 몇 차례 성공하고, 2부 투어보다 빠르게 세팅된 그린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의 경험 덕분이었다. 나중에 나만의 공간에 그런 시설을 만들고 싶은 욕심까지 들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투어 프로로서 성공을 해야 하겠지만.

현재 투어를 뛰면서 가장 큰 고민은 시합에만 전념할 수 없다는 거다. 한 집안의 가정이기에 집안 살림도 걱정해야 한다. 더구나 올해는 남자 대회가 그리 많지도 않다. 때문에 레슨 일을 아직 그만 두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에 5일은 연습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대회 코스를 미리 충분히 돌아보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 다음 주 매경오픈이 열리는 남서울 골프장도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아마 공식 연습 라운드 때나 돌아본 후 경기에 나가야 한다. 다행히 그곳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던 후배 정준섭(25)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캐디를 자청했으니 그나마 위안이다.
이제 일주일 후면 새롭게 궁합을 맞춰본 클럽과 첫 번째 실전을 치른다. 이번 애인과는 올 한해 여러 투어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추억을 함께 하고 싶다. 난 진득한 스타일이니까.

정리=김세영 기자(k0121@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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