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김효주를 보면서 떠오른 선수가 신지애다. 김효주 이전의, 아니 김효주를 훨씬 뛰어넘는 ‘골프 천재’였다. 기자는 한때 신지애를 한국여자골프가 낳은 최대의 거물로 생각했다. 그는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3승을 거두며 신인왕과 대상을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18회 출전해 무려 9승을 챙겼다. 두 번 나가면 한 번은 우승을 거둔 셈이다. 지금도 KLPGA 투어 한 시즌 최다승인 신지애의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신지애는 단 두 시즌 동안 33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정일미가 99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역대 통산 상금을 훌쩍 뛰어넘었다. 2008년에는 국내 7승은 물론이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비회원 신분으로 3승이나 챙겼다. 여기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PRGR 레이디스컵도 제패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3개 투어에서 한 차례 이상씩 우승한 것이다.
2008년 신지애는 국내 대회에는 15차례, 미국 대회에는 11차례 출전했다. 여기에 일본 대회도 출전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을 오가는 강행군이었다. 미국 대회에 출전하고 귀국한 다음날 곧바로 국내 대회에 출전한 적도 있다. 주변에서는 그런 신지애를 두고 ‘강철 체력’이라고 했다. 신지애 역시 “하루만 푹 쉬고 나면 체력은 문제없다”고 했다.
하지만 신지애는 광고에 등장하는 ‘에너자이저 로봇’이 아니다. 쉼 없이 달리던 그도 조금씩 지쳐갔다.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한 2009년 3승을 거두며 신인왕과 상금왕을 거뒀지만 이듬해부터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에는 2승, 2011년에는 처음으로 ‘무관’에 그쳤다. 2012년 2승과 2013년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신지애는 골프에 대한 열의도 잃어버렸다. 결국 지난해 일본에만 전념하겠다며 스스로 LPGA 투어 카드를 반납했고, 그곳에서 4승을 챙기며 부활에 성공했다.
김효주는 이번 롯데마트 여자오픈 출전을 앞두고 피로를 호소했다.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을 마친 뒤 곧바로 돌아온 후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연습 라운드도 건너뛰었다. 첫날 라운드를 마친 후에는 “백스윙을 하는 데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긴 적이 있었다”면서 컨디션이 엉망이라고 했다. 위경련도 겹쳤다.
김효주는 앞서 지난 동계훈련을 마친 뒤 “단내가 나도록 열심히 체력 훈련을 했다. 배에 식스 팩도 생겼다”고 했다. 미국 무대에 적응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체력이라는 게 한 시즌 열심히 했다고 갑자기 늘어가는 게 아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그래서 대회 중에도 체력 훈련에 몰두한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그랬고, ‘은퇴한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그랬다. 그들이 오랜 기간 투어를 지배했던 바탕에는 체력이 깔려 있다.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골프가 힘들어진다. 그러면 점점 흥미도 잃으면서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
김효주는 올해 국내 대회에 몇 차례 더 출전해야 한다. 타이틀 방어를 위해서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이 예정된 김효주는 “아직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른다. 앞으로 내가 느끼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김효주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그 해답 역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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