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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45] ‘배턴 터치(baton touch)’에서 ‘배턴’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2022-07-12 07:22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육상 남자 4 x 100m 릴레이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육상 남자 4 x 100m 릴레이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턴 터치(baton touch)는 외래어이다. 릴레이 경주에서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배턴을 념겨주는 일을 뜻한다. 영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우리 말로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말로 설명하려면 막대기라는 의미인 배턴(baton)과 만진다는 의미인 터치(touch)로 구성된 점을 고려해 배턴 터치를 막대기를 만진다는 말로 할 수 있지만 용어 정리가 왠지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다. 아마도 이런 점을 고려해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원래 배턴이라는 말은 막대기를 뜻하는 프랑스어 ‘bâton’에서 넘어왔다. 그리스어 ‘baston’, 고대 라틴어 ‘bastum’이 어원인 배턴은 16세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육상 용어로 ‘baton touch’의 기원에 대해선 여러 논란이 있다. 스포츠전문가들은 고대 그리스 횃불경주에 기원을 둔 릴레이 종목과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에선 횃불경주를 말을 탄 주자나 직접 사람이 손에 들고 달리는 개인 경기와 단체 경기가 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횃불 경주는 후에 올림픽 성화 봉송 의식으로 재현됐으며 올림픽 경기에서 릴레이 종목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본 코너 744회 ‘육상에서 ‘릴레이(relay)’를 왜 ‘계주(繼走)’라고 말할까‘ 참조)

원래 릴레이에서 배턴이 등장하기 전에는 깃발이나 신체 접촉 등의 방법이 사용됐다고 한다. 1800년대 미국 개척기 시절, 매사추세츠 소방관들이 화재가 없을 때 레크리에이션 훈련으로 실시했던 릴레이에선 깃발을 든 첫 번째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차례로 건네 준 깃발이 주행 중에 방해를 줘 나중에는 주자들이 손으로 다음 주자의 몸을 만지는 방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이 열리기 1년 전, 릴레이에서 인계를 할 때 신체 일부를 만지는 방법이 정확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대두됨에 따라 막대기를 주고 받는 배턴 방식이 등장했다고 한다. 당시 ‘20야드(18.29m) 구역 안에서 인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규칙이 만들어 졌다. 인계 구역 20야드는 1962년 20m로 바뀔 때까지 유지됐다. 정해진 구간 내에서 배턴을 인계하지 못하면 실격으로 처리한다.

배턴 터치 방법은 오버 핸드와 언더 핸드 두 가지가 있다. 오버 핸드 방식은 팔 위로 전달하는 것이며,언더 핸드는 팔 아래로 전달하는 것이다. 오버 핸드는 언더 핸드보다 앞주자와 전주자의 거리에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배턴 전달 순간에 팔이 크게 흔들리고 폼이 무너져 스피드가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언더 핸드는 전달 시에 폼을 변경하지 않아 스피드에 변화가 없지만, 배턴 터치를 할 때 주자간 거리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일본 육상 릴레이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언더핸드 터치 방식으로 남자 400m 릴레이에서 은메달을 획득, 세계육상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 남자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때부터 ‘화장실도 함께 간다’고 할 정도로 철저히 팀웍을 다지고 특별한 배턴 터치 방법을 고안해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서 입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400m 릴레이에선 은메달을 땄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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