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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돌아온 탕자?’...영국 더선 “25분 만에 6만6천 티켓 매진은 손흥민의 영향” 기사 제목이 'PRODIGAL SON'

2022-06-18 03:31

손흥민
손흥민

구약 성경에 보면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 있는 데도 자기 몫의 유산을 미리 챙겨 집 나간 아들이 재산을 탕진한 후 돼지우리에서 끼니를 채우는 신세가 되자 회개하고 고향 집으로 갔는데, 아버지는 야단은커녕 되레 반겨줬다는 내용이다.

‘돌아온 탕자’를 영어로 표현할 때 영미인들은 주로 ‘prodigal son’을 쓴다. prodigal은 ‘방탕한’ ‘낭비하는’ 등의 뜻을 갖고 있다.

토트넘의 프리시즌 한국 투어 K리그 연합 팀과의 서울 경기 입장권이 25분 만에 6만 6천 장이 팔리자 영국 매체들도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 사실을 17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영국 매체 더선은 “손흥민의 영향력 덕에 토트넘이 25분 만에 6만 6천 장을 팔았다”고 한국 언론 매체들의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더선은 손흥민을 ‘prodigal son’이라고 표현했다. 손흥민이 ‘돌아온 탕자’라는 것이다.

손흥민은 밖에서 돈을 탕진한 후 고향에 돌아온 게 아니라 국위 선양을 하며 한국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안겨주고 돌아온 ‘국민 영웅’이다. ‘돌아온 탕자’가 아니라 ‘돌아온 영웅’이라고 해야 맞다.

그렇다면, 더선은 왜 손흥민을 ‘돌아온 탕자’라고 했을까?


비유적 제목일 수 있다. 금의환향한 손흥민을 표현하기 위해 ‘돌아온 탕아’라는 표현을 빌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영어 이름으로 ‘son(아들)’을 쓴다.

더선은 ‘돌아온 아들’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는데, 마침 손흥민의 성이 ‘son’이라는 점에 착안,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를 끌어다 썼을 수 있다.

더선은 평소에도 자주 유명인의 이름을 갖고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차용해서 제목을 단다. 해리 케인이 그 중 하나다.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이 있다.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얻는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No Kane, No gain’이라고 제목을 뽑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도, 손흥민을 ‘돌아온 탕자’에 비유한 것은 심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독교인은 ‘prodigal’을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탁월한 변증가로 미국 뉴욕 리디머 교회의 담임목사였던 티머시 켈러가 쓴 책 제목이 ‘prodigal God’이다. ‘방탕한 하나님’쯤 된다. 하나님이 방탕하다? 기독교인들이 들고 일어날 발찍한 제목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한국에서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으로 번역돼 출간됐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prodigal’이라는 단어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남김없이 다 쓰다’라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방탕하게 쓰다’라는 말 같아 보인다. 앞뒤 가리지 않고 쓰는 게 방탕하게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부정적인 면이 아닌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 단어를 해석했다.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은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과 같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손흥민에 적용한다면, 손흥민은 축구 팬들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뛴 후 고향에 돌아왔다로 해석될 수 있다.

더선 기자가 켈러 목사와 같은 마음으로 그런 제목을 달았는지는 알 수 없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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