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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72] 왜 육상에서 ‘도로경기’라고 말할까

2022-04-14 14:23

지난 해 2020 도쿄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한 엘리우드 킵초게(오른쪽에서 두 번째, 케냐) 등 참가 선수들이 도쿄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해 2020 도쿄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한 엘리우드 킵초게(오른쪽에서 두 번째, 케냐) 등 참가 선수들이 도쿄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온라인 스트리밍 미디어 넷플릭스에서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시리즈물은 ‘F1 본능의 질주 시즌 4’다. 이번 편에서 다루는 건 F1 2021시즌이다. 이미 지난 해 12월 경기 결과가 나와 있지만 팀과 선수들의 흥미진진한 개인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팬들의 묘미를 잡아 끈다. 경주차들이 도로를 무한 질주하며 팬들의 가슴을 쫄깃하게 하는게 이 시리즈의 최대 관전 포인트이다.

육상종목에선 사람들이 도로를 달리는 종목을 ‘도로경기’라고 부른다. 도로경기는 영어로 ‘Road race’라고 말한다. 도로경기는 트랙과 필드, 혼성경기와 함께 육상 4대 이벤트의 하나로 분류한다. 도로경기 세부종목으로는 마라톤과 경보 20km, 50km가 있다.

도로라는 말은 영어 로드(Road)를 번역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동양에서는 중국, 한국, 일본 등 한자권 국가에서 수천년전부터 써왔다. 도로는 ‘길 도(道)’와 ‘길 로(路)’가 합쳐진 한자어로 사람이나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든 길이라는 뜻이다. 한자사전에 따르면 회의문자인 ‘도(道)’는 쉬엄쉬엄 간다는 뜻인 책받침 ‘변(辶)’과 머리를 뜻하는 ‘수(首)’가 합해져 본래 ‘인도하다’나 ‘이끌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로(路)’는 발을 의미하는 ‘족(足)’과 각각을 의미하는 ‘각(各)’이 결합한 모습으로 발이 오고가는 뜻으로 만들어졌다.‘도’나 ‘로’ 모두 길이라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라는 말이 한자어로 처음 사용된 기록은 기원전 1000년경 고대 중국 왕조시대 ‘주래’ ‘논어’ 등에서 나온다. 한국에선 조선왕조실록에서 도로라는 말을 총 2853건이나 검색할 수 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수천년 동안 사용한 일반화된 말이었다.

메리엄 웹스터사전등에 따르면 ‘Road Race’라는 말은 영어권에서 1828년 처음 사용됐다. 이 말은 도로에서 하는 경기라는 의미로 쓰였다. 1896년 창설된 첫 올림픽인 아테네올림픽에서 마라톤이 포함됐고,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3500m 경보가 새 종목으로 추가하면서 이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영어 ‘‘Road Race’를 도로경기라고 번역해 사용한 것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 처음 참가하면서부터 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당초 도로라는 단어는 일본에서는 8세기 헤이안 시대 초기 문헌 ‘속 일본기’ 등에 처음 등장했다. 16세기 도쿠카와 막부시대 에도(현 동경)에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며 여러 도로가 만들어졌다. 19세기 중반 메이지 시대의 문명개화기 이후 도로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됐다.

국내서는 일본 강점기 시절, 일본 언론 등의 영향으로 인해 1920년대부터 ‘도로경주’라는 말을 쓰다가 이후 ‘도로경기’라는 말을 쓴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서는 마라톤 코스를 설명하면서 도로라는 말을 두루 쓰게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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