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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88] 배구에서 드리블(Dribble)을 금지하는 이유

2021-09-07 06:58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김연경이 1세트 넘어온 공을 패스로 처리하고 있다. 대표선수들도 볼을 연속 터치하는 실수로 드리블 반칙을 범하는 경우가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김연경이 1세트 넘어온 공을 패스로 처리하고 있다. 대표선수들도 볼을 연속 터치하는 실수로 드리블 반칙을 범하는 경우가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에서 드리블(Dribble)은 한 선수가 공을 2번 이상 연속해서 닿는 것을 가리킨다. 엄연한 반칙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볼을 갖고 경기하는 반칙 규정 9.3.4에 ‘한 선수는 연속해서 두 번 볼을 때리거나 볼이 선수 몸에 연속해서 닿는 것’을 더블 컨택(Double Contact)으로 명명하고 반칙으로 처리한다. 더블 컨택은 드리블과 같은 의미이다.

드리블이라는 말은 1580년대 물방울이 떨어진다는 의미인 ‘드립(Drip)’이 변형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원래 스포츠 구기 종목의 기본 용어로 출발했다. 축구에서 1863년 처음 사용했다 농구에선 1892년 튄다는 의미인 ‘바운스(Bounce)’ 뜻으로 쓰였다. 당구에선 포켓에 굴려 넣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본 코너 402회 ‘ 왜 드리블(Dribble)이라고 말할까’ 참조)

미국 딕슨야구사전에 따르면 드리블은 약하게 볼을 때리는 것을 뜻한다. 1912년 9월17일 뉴욕트리분 기사에 처음 등장했다. 드리블 단어를 쓴 기사를 미국 야구기사에서 왕왕 볼 수 있다. 예를들어 1989년 7월26일 미국 태파 트리분지에 ‘마크 존스가 8회 노히트 노런을 깨고 원볼 투스트라이크에서 인사이드 패스트볼을 마운드 너머로 때렸다(Mark JONES broke up the no-hitter in the eighth, dribbling a 1-2 inside fastball past the mound)’는 기사를 보도했다.

1895년 윌리엄 모건은 농구, 야구, 테니스, 핸드볼 등의 경기 등을 참고해 배구를 고안했다. 용어 자체도 이들 종목에서 많이 빌려서 썼다. 드리블이라는 말도 그 중 하나이다. 초창기 배구에서 드리블은 볼을 팔로 받아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했다. 최초의 배구 규칙에 따르면 네트로부터 4피트(1.2m) 떨어진 양쪽 코트에 네트와 평행선으로 드리블 라인(Line)을 운영했다. 드리블 라인을 넘으면 반칙으로 상대팀에게 점수를 잃었다. (본 코너 487회 ‘ 배구 최초규칙(Original Rules of Volleyball)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참조) 당시만해도 성공적인 드리블은 공을 합법적으로 운영해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초창기 패스의 의미로 사용됐던 드리블이라는 말이 어떤 계기로 한 선수가 2회 이상 볼을 접촉하는 반칙의 의미로 바뀌게 됐는 지 불분명하다. 1960-80년대 세계배구를 주도했던 일본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일본에선 드리블을 국제표준용어인 더블컨택과 같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한국배구는 오래전부터 드리블이라는 말을 썼다.

배구에서 드리블을 금지하는 것은 모든 선수에게 공정하게 볼을 공유한다는 기본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배구 경기 기본룰을 3회 이내의 터치로 상대방 코트에 공을 떨어트리게 한 것은 공정한 경기를 하기 위한 것이다. 연속 터치를 허용하면 특정 선수에 의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초창기 배구에선 볼을 코트에 떨어트리지만 않으면 여러 번을 패스해도 무방했지만 경기의 신속한 진행과 흥미를 주기 위해 터치를 3회 이내로 줄이고 한 선수의 연속 터치를 금지하게 된 것이다.

현대 배구에서 드리블은 기본적으로 실수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초보자들은 대개 볼을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해 손이나 팔로 처리하고 몸에 볼이 맞는 일이 생긴다. 전문 선수들도 볼 받는 동작이 불안하거나 손과 팔을 잘못 할 경우 드리블을 범할 수도 있다. 리시브 때 손에 맞는 공이 자신의 가슴으로 되돌아오면 드리블을 피할 수 없다. 또 팔꿈치가 구부러지면 드리블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드리블 실수를 자주하는 선수들은 경기 중 드리블 반칙을 할까 불안해하며 정상적인 플레이를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드리블 반칙을 하지 않으려면 볼이 떨어지는 지점에 빠르게 다가가 정면에서 몸 중심을 잡고 볼을 처리해야 한다. 볼을 보고 몸 중심을 유지하면서 손과 팔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특히 오버핸드로 패스를 하면 드리블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고 일선 코치들은 말하기도 한다. 드리블을 하기 않기 위해선 평소 부드럽게 손과 팔로 볼을 받아 처리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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