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82] 배구에서 포인트(Point)와 스코어(Score)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2021-09-01 13:52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한국은 일본, 터키 등 강호들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4강 신화를 연출했다. 사진은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한국은 일본, 터키 등 강호들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4강 신화를 연출했다. 사진은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1980년대 ‘왕 회장’이 한창 활동할 때의 이야기이다.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배구 현대건설과 대농의 라이벌 전을 보려 나온 정주영 회장은 현대건설이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하자 경기가 끝난 뒤 “그래도 전체 점수에서는 우리가 이겼다”고 선수들과 임원들을 격려했다는 얘기는 아직도 배구계에 전해 내려온다. 세트별 점수가 아닌 모든 점수를 합산해 농구 방식으로 하면 현대건설이 이겼다는 것이다.

배구 세트 점수를 계산하는 법은 총 5세트 중에서 먼저 3세트를 따내는 팀이 이긴다. 각 세트는 25점을 먼저 취득한 팀이 승리한다. 24-24 등으로 듀스가 나오면 상대팀보다 2점을 앞서야 세트를 가져갈 수 있다. (본 코너 481회 ‘왜 듀스(Deuce)라고 말할까’ 참조) 세트 스코어 2-2에서 치러지는 5세트는 최소 2점차로 15점을 먼저 획득하는 팀이 이긴다.

배구에서 점수를 의미하는 말로 포인트(Point)와 스코어(Score) 두 가지를 사용한다. 포인트와 스코어는 모두 한자어 점수(點數)로 번역해서 쓰지만 엄밀히 말해서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들어 6-5의 점수 상황이면 6점와 5점은 각각 포인트이다. 전체 6-5로 상황을 말하는 것을 스코어라고 한다.

옥스퍼드 사전 등에 따르면 원래 포인트는 찌르다는 의미를 갖는 고대 프랑스어 ‘Pungere’에서 유래된 말이다. 영어로 유입돼 뾰족한 끝이나 탁월한 기술을 의미하는 뜻으로 포인트라는 말을 사용했다. 스포츠에서 포인트는 점수제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종목에서 쓰였다. ‘ 점 점(點)’과 ‘셈 수(數)’로 이루어진 점수(點數)는 중국에서부터 써왔던 한자어로 영어 어원 등과 잘 통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코어는 원래 유럽에서 20진법으로 수를 세는 용어로 사용했다. 옥스퍼드 사전 등 영어권 사전에선 양이나 소떼를 셀 때 구두로 1에서 20까지 세고 막대기에 점수나 눈금을 긋고 표시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스코어라는 말은 고대 노르웨이어 ‘Skor’에서 유래돼 영어로 들어왔다고 추측하고 있다. 1400년도 영어에서 선술집에서 손님의 음료수를 세어보기 위해 만든 표시로 사용했으며, 1670년에는 게임이나 경기에서 점수를 기록할 목적으로 만든 표시로 쓰이기도 했다. 특정 경기의 참가자가 기록한 점수판을 의미하는 스코어보드(Scoreboard)라는 말은 1826년 크리켓 등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야구 스코어카드(Scorecard)는 1877년부터 등장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에서 점수를 올리는 여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볼을 상대 코트에 성공적으로 떨어트리거나 상대 팀이 실수를 범하면 점수를 얻는다. 또 상대팀이 규칙 위반을 했다고 심판이 판단할 때도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 서브권을 가진 팀이 랠리에서 이기면 점수를 올리고 서브권을 계속 행사하며, 서브 리시브 팀이 랠리에서 이기면 점수를 부여받고 서브권을 가져온다. (본 코너 480회 ‘ ‘랠리포인트(Rally Point)’에서 랠리는 어떤 의미일까‘ 참조)

예전에는 배구 스코어 계산법이 현재와 많이 달랐다. 초창기 배구서는 21점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이드아웃 방식의 15점제로 국제규격이 확립됐다. (본 코너 479회 ‘왜 사이드아웃(Side Out)이라고 말할까’ 참조) 사이드 아웃 방식의 15점제가 득점없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서브권을 주고 받으며 경기가 지루해지는 단점을 지적받으면서 마지막 5세트서만 랠리포인트제로 운영하기도 했다.

1999년 FIVB는 여러 단점을 보완해 1-4세트 25점제, 5세트 15점제의 랠리포인트제를 선보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