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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75] 배구에서 ‘언더핸드(Underhand)’라는 말을 왜 쓸까

2021-08-25 06:49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김연경이 1세트 넘어온 공을 언더핸드 패스로 처리하고 있다.[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김연경이 1세트 넘어온 공을 언더핸드 패스로 처리하고 있다.[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에서 ‘언더핸드(Underhand)’라는 말이 들어가는 용어가 여럿 있다. 언더핸드 패스(Pass), 언더핸드 서브(Serve), 언더핸드 세트(Set) 등이다. 언더핸드는 허리보다 낮은 위치에서 공을 처리할 때 취하는 동작이다. 언더핸드 패스와 언더핸드 세트는 상대방의 서브나 공격을 받아낼 때 주로 사용한다. 언더핸드 서브는 주로 초보자들이 주로 많이 구사한다.

언더핸드는 아래를 뜻하는 언더(Under)와 손을 뜻하는 핸드(Hand)의 합성어이다. 옥스포드 영어사전 등에 따르면 언더와 핸드는 모두 고대 게르만어에 기원을 두고 있다. 언더는 유럽언어의 출발점인 인도-유럽어 ‘Ndhero’에서 시작해 고대 게르만어 ‘Undher’를 거쳐 725년 경에 고대 영어로 처음 기록됐다. 핸드는 기원이 다소 정확하지는 않지만 선사시대 게르만어 ‘Khanduz’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영어에서 신체의 일부를 뜻하는 말로 유입됐다. 사냥을 의미하는 ‘Hunt’도 핸드에서 나온 말이다. 언더핸드는 900년대경 고대영어에서 ‘권위나 지배자의 손아귀’라는 의미로 쓰였으며 1538년 ‘은밀하게’라는 부사로 기록됐다. 이후 ‘아래에 손을 잡고’, ‘밑으로 공을 던지다’라는 부사로 사용했다.

스포츠 용어에서 언더핸드를 처음 쓴 것은 미국 야구 초창기 때였다. 미국 딕슨 야구용어사전에 따르면 ‘야구 아버지’ 헨리 채드웍이 1866년 발간한 ‘야구선수 규칙집’에서 언더핸드라는 말을 사용했다. 야구에서 언더핸드는 어깨나 팔꿈치 아래, 또는 벨트 아래로 던지는 동작을 말한다. 대개 내야수들은 어깨 위로 던지는 오버핸드(Overhand)보다 언더핸드가 더 빠르게 던질 수 있기 때문에 근접 플레이에서 이 동작을 많이 쓴다. 투수들도 언더핸드로 던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초창기 미국야구에선 어깨 위로 공을 던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든 투수가 언더핸드였다. 현재 소프트볼에선 아직도 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배구도 1900년대 초창기 시절 언더핸드로 대부분 경기가 이루어졌다. 오버핸드보다 언더핸드가 훨씬 쉽고 안정된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초중등학교 시절 체육시간에 배구를 처음 배울 때 언더핸드 동작을 먼저 배웠듯이 언더핸드는 공과의 접촉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언더핸드 패스는 몸 앞에서 손을 잡고 팔뚝으로 하는 패스를 말한다. 어깨 너머로 두 손으로 하는 패스를 오버핸드(Over Hand) 패스와는 다르다. 언더핸드 패스는 패스의 기본 동작으로 배구를 시작할 때부터 집중적으로 배워야 한다.(본 코너 469회 ‘ 469] 배구에서 패스(Pass)는 어떤 의미일까’ 참조)

언더핸드 서브는 무릎과 상체를 앞으로 굽힌 자세에서 공을 짧게 위로 올려 팔을 뒤에서 앞으로 흔들어 올리면서 쳐내는 서브이다. 이 서브를 사용하면 다른 서브들보다 안정적으로 공을 상대 코트에 넘길 수 있다. 공의 임팩트 지점이 신체의 허리부위 근처이며 안정성이 주목적인 가장 기본적인 서브로 성인 배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아마추어 배구, 특히 직장인 9인제 배구 등에서 많이 한다. 하지만 언더핸드 방법으로 서브의 구질을 변형시키기도 한다. 언더핸드로 친 공을 체육관 천장까지 높이 올리는 고공서브(high serve)는 국내 성인배구 뿐만 아니라 국제경기에서도 간혹 볼 수 있다. 고공서브는 체육관 천장의 조명시설의 위치와 불빛의 각도를 이용하여 상대선수로 하여금 높은 지점에서 떨어지는 공의 낙하지점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 고공 서브는 상대 공격수들이 세터와의 점프 타이밍에 대한 혼란을 초래하는 일종의 전략서브이다. 일본에선 한때 서브 리시브를 언더핸드로만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고공 서브가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규정이 바뀌어 오버핸드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을 보기 어렵다.

언더핸드 세트는 낮을 볼이 왔을 때 주로 한다. 양 손을 맞잡거나 밀착시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언더핸드 세트를 할 때 무릎 반동을 주지 않고 가슴위치에서 공을 퍼올리면 매우 불안한 자세가 나올 수 있다. 국내배구에서는 언더핸드 세트대신 언더핸드 토스라는 말이 많이 쓴다. 원래 토스라는 말은 일본식 영어이므로 국제 표준배구 용어인 언더핸드 세트(Set)가 맞는 표현이다. (본 코너 455회 ‘토스(Toss)는 일본식 영어, 세트(Set)가 정확한 영어 표현이다’ 참조)

배구는 시간이 흐르며 기술적 변화와 발전이 이뤄지면서 언더핸드보다는 오버핸드가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배구 기본기를 익히는데 언더핸드는 아주 중요하다. 언더핸드는 체중 이동과 볼 처리 방법을 기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 모든 스포츠 종목은 기본기를 제대로 배워야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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