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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73] 왜 블로킹(Blocking)이라 말할까

2021-08-23 07:10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한국과 브라질 4강전에서 김연경이 브라질 3인 블로킹을 앞에 두고 공격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한국과 브라질 4강전에서 김연경이 브라질 3인 블로킹을 앞에 두고 공격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예전 ‘블로킹의 달인(達人)’이라는 표현을 배구에서 자주 썼다. 블로킹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달인은 원래 일본식 한자어로 일본어 발음으로는 ‘다쓰진’이라고 말한다. 일본 배구의 영향으로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국내 배구에서 블로킹과 연관해 쓴 대표적인 말이 ‘블로킹의 달인’이라는 표현이었다. 최고의 센터들을 말할 때 바로 이 표현을 자주 썼다.
국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달인’의 정의를 일본사전 ‘대사천(大辭泉)’의 내용과 똑같이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위키피디아는 설명한다. 달인이라는 말이 일본의 잔재라는 것 쯤은 알고 썼어야 했는데 이러한 사실을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남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블로킹은 표준 국제배구용어로 현재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같은 말을 쓴다. 공격자의 스파이크를 차단하기 위한 동작을 뜻한다. ‘Block’이 동사로서 상대를 방해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동명사형으로 ‘Block’에 ‘ing’를 붙여 막아내는 행위라는 의미로 쓴다. 블록이라는 영어말은 1590년 차단한다는 의미인 프랑스어 ‘Bloquer’에서 유래했다. 독일어 ‘Blockieren’, 네덜란드어 ‘ Blokkeren’과 연관성이 있는 말이다. 미국스포츠용어사전에 따르면 스포츠에서 블록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종목은 1772년 영국 크리켓에서 부터였다.(본 코너 405회 ‘왜 블록슛(Block Shot)이라고 말할까’ 참조)

미국 딕슨 야구용어사전에 따르면 블록은 포수가 상대 주자가 홈베이스를 밟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막는 행위를 의미한다. 1900년 미국 야구에서 홈플레이트를 막는 행위를 블록이라는 말로 쓰기 시작했다. 블로커는 베이스를 밟으려는 주자를 방해하는 수비 선수나 포수 등을 가리키거나 2루수나 유격수가 더블플레이를 못하도록 방해하는 2루주자를 말하기도 했다.

배구에서 블로킹은 키가 큰 미들블로커(센터)들이 주로 맡는다. 상대 공격수들의 공격을 네트 앞에서 일단 저지하기 위해 블로킹 커버를 한다. 블로킹은 상대 스파아키를 막아내 득점을 올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위에 위치한 선수만 블로킹을 할 수 있고, 후위 선수들에 참가할 수 없다. 블로킹은 1인부터 전위 선수들이 모두 가담하는 3인 블로킹까지 가능하다. 3인 블로킹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고 대개 센터들이 커버하는 2인 블로킹을 한다. 키가 작은 세터가 상대 공격 타이밍에 맞춰 단독 블로킹을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블로킹을 잘 하기 위해선 일단 키가 커야 하고 상대 공격 패턴을 잘 읽어야 한다. 상대의 파워있는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선 블로커들은 강한 팔과 정확한 손모양을 갖춰야 한다. 어설프게 블로킹 커버를 하면 볼이 팔이나 손에 맞고 터치아웃으로 득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블로킹 상황에선 볼을 건드려도 볼터치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블로킹을 맞고 자기 편으로 떨어진 볼을 디그로 처리하고 세트-공격으로 이어갈 수 있다. 또 블로킹 상황에선 상대 네트 위로 팔이 넘어가는 것을 인정한다. 상대 공격 상황이 아닌 경우 블로킹으로 인정하지 않아 상대 네트 넘어 팔을 넣으면 오버네트가 선언되지만 블로킹 상황 때는 예외이다 . 특히 센터들이 블로킹 커버를 할 때 네트 터치를 아주 조심해야 한다. 잘 막아놓고 네트터치로 점수를 허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전에는 서브도 블로킹으로 막을 수 있었다. 당시 서브는 반드시 높게 띄워줘야 블로킹에 걸리지 않았다. 현대배구는 서브를 할 때 블로킹을 못하게 함으로써 서브와 리시브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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