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38] 왜 ‘베이스(Base)’를 ‘루(壘)’라고 말할까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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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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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도루 성공하는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19세기 초창기 미국 야구에서 도루는 홈런보다 득점을 올리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USA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미국 초창기 야구를 보면 ‘베이스볼(Baseball)’이라는 말은 지금처럼 한 단어가 아니라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본격적으로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직전인 1870년대 프로야구 조직의 원형을 이루었던 ‘프로야구 선수 전국 연합회(National Association of Professional Base Ball Players)’라는 단체의 명칭에서 보면 베이스볼은 ‘Base’와 ‘Ball’ 두 단어로 각각 분리되어 있었다.

‘영국이냐, 미국이냐’로 야구의 기원에 대한 문제는 1세기 이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1857년 뉴욕 닉커보커스 팀 등 16개 지역클럽들이 함께 제정한 야구 룰 이전에는 ‘베이스’가 없이 주자에게 볼을 던져 아웃시키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들 단체가 모여 만든 최초의 야구 단체인 ‘전국 야구 선수 연합회(National Association of Base Ball Players)’는 베이스간 거리를 90피트(27m)로 정하고, 9명이 9이닝으로 하는 현대식 야구 룰을 확정했다. 이런 미국 야구의 역사적 배경을 보면 베이스와 볼은 서로 다른 주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야구는 타격(Batting), 피칭(Pitching), 수비(Fielding), 베이스러닝(Base Running)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베이스러닝은 초창기 외야 펜스가 없던 시절, 득점을 올리는데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다. 베이브 루스가 홈런을 무더기로 쳐내기 시작한 1920년대 이전만해도 베이스러닝을 잘 해야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야구공의 반발력이 떨어져 타구가 멀리 날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뛰어야 했다. 득점하는 방법은 대개 1루에 출루한 주자가 2루를 훔치고 후속 안타로 홈에 들어오는 방식이었다. (본 코너 128회 ‘왜 ‘홈런(Homerun)’이라는 말에 '런'이 들어갔을까‘ 참조)

1868년 메이지 유신이후 미국 문화가 본격적으로 흘러 들어올 당시, 일본인들은 ‘베이스’라는 단어를 번역하는데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흑선'을 끌고 온 미국 페리 제독에 의해 강제 개항한 일본은 야구를 양 편이 갈라져 싸우는 전쟁 방식으로 이해했다. 야구(野球)를 ‘들에서 노는 구기’라는 낭만적인 단어로 번역을 했지만 전문 용어들은 군사적 의미를 담은 말로 대체한 이유이기도 하다. 베이스를 ‘루(壘)’라고 번역한 게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이나 ‘진지’를 뜻하는 한자어 루는 한·중·일에서 옛날부터 군사적 용어로 사용했던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진루(陣壘)’, ‘성루(城壘)’, ‘벽루(壁壘)’, ‘보루(堡壘)’ 등 군사적 목적을 위한 단어 등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베이스를 루라고 번역한 것은 1,2,3루와 홈베이스 등 4개의 4각 베이스가 멀리서 보면 ‘흙으로 쌓아 올린 루’처럼 보인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주자는 베이스를 차례대로 터치 한 뒤 홈 플레이트를 밟아야 득점이 인정된다. 주자는 인플레이 중에 베이스를 밟고 있는 한 아웃 처리되지 않는다. 안타 구분은 루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했다. ‘베이스 히트(Base Hit)’를 ‘1루타, 단타’, ‘투베이스 히트(Double/Two Base Hit)는 ’2루타‘, ’스리베이스 히트(Triple/ Three Base Hit)’는 ‘3루타’, ‘홈런(Home Run)’은 홈베이스로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로 ‘본루타(本壘打 )’로 각각 표기했다.

내야 수비수는 ‘퍼스트 베이스맨(First Baseman)’은 ‘1루수(一壘手)’, ‘세컨드 베이스맨(Second Baseman)’은 ‘2루수(二壘手)’, ‘서드 베이스맨(Third Baseman)’은 ‘3루수(三壘手)’로 각각 번역해 사용했다. 내야수 가운데 2루수와 3루수 사이를 지키는 ‘숍스탑(Short Stop)’은 베이스를 직접 커버하지 않아 널리 돌아다닌다는 의미로 ‘유격수(遊擊手)’라고 불렀다. (본 코너 4회차 ‘야구 ‘유격수’란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참조)

미국의 대표적인 야구 평론가 레너드 코페트(1925-2003)는 야구 입문서 ‘야구란 무엇인가(The New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에서 “야구의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베이스 위에서 일어나는 플레이에 큰 흥미를 느낀다”고 밝혔다. 야구는 베이스와 볼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인기 종목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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