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26 구대성과 이승엽, 선동열과 장종훈의 모순(矛盾)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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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5-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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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26 구대성과 이승엽, 선동열과 장종훈의 모순(矛盾)

-어떤 창이든 막아낼 수 있는 방패와 어떤 방패든 뚫을 수 있는 창(회남자의 난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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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어느 거리. 한 상인이 창과 방패를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상인은 창을 가리키며 “어떤 방패든 뚫을 수 있다”고 했다. 다음엔 방패를 들고 “어떤 창이든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노인이 물었다. “당신이 갖고 있는 창과 방패는 어느 쪽이 더 강한가.”라고.

무서운 기세였다. 그의 방망이가 한번 불을 뿜으면 어떤 투수도 못 말렸다. 프로야구 최초로 50홈런 벽을 뛰어넘은 54홈런. 1999시즌, 삼성 이승엽의 젊은 방망이는 모든 투수의 방패를 마구 두들겼다.

한화 구원투수 구대성의 방패는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 그의 1999시즌은 18승 3패 24세이브를 기록하며 다승, 방어율(1.88), 승률 1위를 했던 1996년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러나 구대성은 8승 9패 26세이브에 방어율 3.09인 방패로도 99년 이승엽의 날카로운 창을 무난하게 막아냈다.

이승엽이 한창 불방망이를 자랑하던 38개 홈런 때까지 구대성과 이승엽의 맞대결은 7경기에서 12번. 평균 타율 등을 감안하면 못해도 2~3개의 안타는 쳐야 맞다. 하지만 이승엽은 그 12번 중에서 딱 한번 진루했다. 안타도 아니고 홈런은 더더욱 아니었다. 볼넷 한 번이었다.

12타석 11타수 무안타. 그나마도 그 중에 9번은 삼진이었다. 홈런 돌풍을 일으킨 이승엽의 엄청난 방망이도 구대성 앞에선 그저 나무토막에 불과했다.

연습생 신화를 연출한 장종훈. 그는 고교 졸업 때 까지 터뜨리지 못한 방망이를 프로에서 원없이 터뜨렸다. 타점, 홈런, 최다안타 등 각종 타격기록을 경신하며 준마처럼 달렸다. 1992년에는 프로 처음으로 40홈런 벽을 허물었다. 그의 방망이에 당하지 않은 투수가 없었다.


당대 최고 타자 장종훈. 그러나 해태 선동열은 늘 즐겁게 장종훈을 맞이했다.

“정말 뛰어난 타자죠. 선수로서뿐 아니라 인간미까지 ‘존경하는 후배’입니다. 한 후배 투수가 그러더군요. 장종훈 선수가 타석에 서면 던질 곳이 없다고요. 그런데 저는 뭐...”

선동열은 장종훈 대처법을 알고 있었다. 그대로하면 얻어터질 일이 없었다. 기록이 입증하고 있다. 장종훈과 선동열의 활동기간이 겹치는 시기는 1987년부터 1995년까지의 8년간이다. 그 기간 장종훈은 1990년부터 3년 연속 홈런, 타점왕을 차지하며 189개의 홈런을 쳤고 589타점을 쏟아냈다.

당연히 선동열도 장종훈의 방망이에 녹아내렸어야 할 터. 하지만 그 수많은 홈런 중에 장종훈이 선동열 로부터 뺏은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타점은 더러 있겠거니 하지만 그것도 1점이 유일하다. 최고의 창과 최고의 방패는 양립할 수 없는 것. 그러기에 모순은 그야말로 모순이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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