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16 강병철의 이하사적상사(以下駟敵上駟)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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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4-0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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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16 강병철의 이하사적상사(以下駟敵上駟)이상사적중사(以上駟敵中駟)이중사적하사(以中駟敵下駟)
- 나의 하등급 말로 적의 상등급 말을 상대하고 상등급 말로 중등급 말을 상대며 중등급 말로 하등급 말을 상대한다. 약할 땐 맞드잡이보다는 우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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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金과의 전쟁이었다. 삼성의 김성근, 해태의 김응용, 빙그레의 김영덕. 어느 한명 만만한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그 셋을 잡지 않으면 정상은 없었다.

1992년 포스트시즌 경기. 롯데는 빙그레, 해태에 이어 페넌트레이스 3위를 기록했다. 4위팀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전부터 시작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었지만 강병철감독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김성근감독의 삼성은 그래도 만만했다. 공격력은 강했지만 투수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상사적상사(以上下駟敵上駟). 강대강의 강공책을 펼쳤다. 염종석, 박동희를 투입하여 2연속 완봉승을 거두었다.

김응용의 해태는 위협적이었다. 선동열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한국시리즈 6회 우승의 초강팀이었고 조계현, 이강철, 김정수, 문희수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강온작전을 구사했다. 첫판은 강, 둘째판은 약, 세 번째는 강으로 가는 전략이었다.

1차전에 노련한 에이스 윤학길을 등판시켰다. 김응용감독도 조계현을 내세우며 강대강 전략으로 나왔다. 고생했지만 염종석을 마무리로 집어넣는 강수로 승리했다. 2차전은 연습생 출신의 윤형배였다. 이강철을 만나 4-9로 대패했다. 3차전의 박동희도 1-8로 완패했다.

벼랑끝 4차전. 젊은 에이스 염종석이 4-0 완봉승을 거두었다. 5차전은 다시 윤학길-염종석의 필승조를 내세워 이강철을 잡았다. 4,5차전 연승으로 플레이오프를 3승2패로 마감했다.

막상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걱정이 태산이었다. 10일간 7경기를 치르느라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제대로 쉬지 못해 1차전 선발로 내세울 투수가 없을 정도였다.

김영덕의 빙그레는 투.타 모두 완벽했다. 선발과 마무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송진우와 젊은 팔 정민철의 뒤를 한용덕, 이상군, 한희민이 받치고 있었다. 수위타자 이정훈, 홈런타자 장종훈, 강펀치의 이강돈, 강정길, 강석천 등은 말 그대로 다이나마이트 타선이었다. 시즌 맞대결 성적이 5승 13패였다.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윤학길, 염종석을 송진우, 정민철과 맞서게 하는 강대강이면 백전백패였다. 하루, 이틀 운기조식하며 일시에 들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들쭉날쭉하는 3선발의 '하위마'박동희를 1차전에 박아 송진우를 상대하도록 했다.


박동희는 8회까지 8안타에 폭투 3개를 범했으나 삼진을 10개나 잡았다. 7개의 안타만으로 10안타의 빙그레를 8-6으로 잡았다. 져도 좋다고 했는데 이기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정민철 선발이 확실한 2차전을 '하 하위마'인 윤형배에게 맡기며 한 번 더 쉬어가기로 했다.

정민철은 8회까지 역투했다. 윤형배도 꾸역꾸역 무실점 피칭을 했다. 9회 김영덕감독은 느닷없이 송진우를 올렸다. 자충수였다. 몰아치기로 3득점, 2차전도 이겼다. 안타는 역시 빙그레가 1개 더 많았다.

3차전부터 에이스들이 출동했다. 윤학길은 완투했지만 10안타를 맞고 5점을 내줘 패전투수가 되었다. 그래도 완투한 덕에 4차전 선발을 염종석에게 맡길 수 있었다. 염종석은 6회 집중타를 맞았지만 5-3으로 이긴 상태에서 박동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동희는 1실점 세이브를 챙겼다.

5차전 선발은 쉬어가는 윤형배. 타선이 3회 4점을 낼 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승기를 잡았다고 여긴 강병철감독은 시리즈 끝내기의 초강수에 들어갔다. 박동희, 윤학길, 염종석을 대기시키고 4회 1실점하자 바로 박동희를 올렸다. 박동희가 위태하면 연이어 윤학길, 염종석을 넣을 계획이었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준플레이오프전부터 12경기를 4명의 투수만으로 돌리고 돌린 강병철의 롯데에게 도저히 질 수 없는 경기를 지고 만 김영덕의 빙그레였다.

강병철감독은 1984년 김영덕감독의 삼성과 가진 한국시리즈에선 이상사적상사(以上下駟敵上駟)의 전략으로 우승했다. 오직 최동원만으로 4승을 챙겼는데 당시 김영덕감독은 더 나은 투수진을 가지고도 우회하는 바람에 한국시리즈 우승과 영영 담 쌓게 되었다. 같이 강대강이었다면 우승확률이 우회전략보다는 높았을 것이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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