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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출신 배경은 " 선수 밖의 삶도 무궁무진하다"

정미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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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3-26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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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인으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배경은. 사진=김상민 기자
'15살 프로골퍼, 16살 메이저 대회 챔피언'
항상 꼬리표로 따라 다녔다. 일찍이 꽃을 피워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어느날 무대의 뒷편으로 사라졌다. 아쉬움과 그리움, 자괴감과 무력감으로 한동한 깊은 나락에 빠졌다. 먼 길을 돌아 다시 골프 앞에 섰다. 배경은(35) 이야기다. 골프 팬들은 그녀에 대해 '너무 빨리 은퇴를 선택해 아쉬웠던 선수', '미국 진출 뒤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선수' 등으로 기억하고 있다.
배경은은 '골프'라는 또 다른 삶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이젠 필드 밖에서 또 다른 '골프 전문가'의 삶이다. 2014년 은퇴 후 SBS골프채널 해설위원으로도 활약했고 골프채널 레슨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선수 때보다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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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KLPGA선수권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배경은. 사진=배경은 제공

역대 최연소 프로골퍼, 고1 때 메이저 '정상'

배경은의 '리즈시절'의 시작은 15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3학년 'KLPGA투어 역대 최연소 프로'로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클럽을 잡은 뒤 '신동' 소리는 귀가 따가울만큼 들었고 주위의 기대도 컸다.

박세리의 성공과 함께 여자프로골프에 쏠린 관심은 자연스레 '차세대' 유망주에 집중됐다. 그 주인공은 당연스럽게도 배경은이었다. 15살에 프로에 데뷔한 것도 놀라운 데 배경은은 당돌하게 16살때 강수연, 정일미 등 당시 국내무대를 평정하던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메이저퀸 자리에 올랐다. 2001년 KLPGA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권대회 때다. 당시 역대 최연소 메이저 우승이었고, 이 기록은 현재 프로 데뷔 제한(만 18세)이 생기면서 바뀌지 않을 기록이 됐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박세리와 10년 터울의 '차세대 스타'에 쏠렸다. 최연소 프로데뷔까진 그렇다 쳐도 16살, 한국나이로 17살에 불과했던 2001년 고1 학생이 프로무대, 그것도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으니 조용한 게 이상할 터였다. 배경은의 중학교, 고교 시절은 '전설' 박세리와 비견되기에 충분했다.

한번 반짝한 것도 아니다. 배경은은 2002년에는 LG카드 여자오픈 정상에 올랐고 2005년에는 또 한번 KLPGA선수권 우승컵을 품으며 시즌 상금왕까지 차지하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갔다. 특히 2005년 배경은은 미LPGA투어 2부 투어인 퓨처스 투어까지 병행하던 터였다. 그 어려운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 그녀에게 '차세대 준비된 스타' 등 화려한 수식어는 이제 식상할 정도였다.

아쉬운 미국무대...손목부상과 국내 복귀 그리고 은퇴

한국 무대에서 무섭게 성장한 배경은은 2005년 미국 무대와 국내 무대를 병행한 뒤 미국 무대에 본격 진출했다. 중고교생 때 이미 프로무대를 경험한 배경은의 잠재력은 한국무대가 좁아보였다.

그러나 배경은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미LPGA 2부 무대에서 시즌 2승을 거두며 1부 투어 풀시드를 손에 넣었지만 손목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11년 부상으로 인한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국내에 돌아올때까지 미LPGA투어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팬들이 미국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아쉬운 선수로 그녀를 기억하는 이유다.

배경은은 “미국투어에 진출할 당시를 생각해보면 자만하기도 했다.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여자선수들이 모여 있는 무대에서 우승해보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그때 레슨을 다양하게 정말 많이 받았다. 손목 부상을 입었을 때는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 부상은 그 때가 처음이라 더욱 힘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도 손목부상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몸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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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으로 후배 선수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배경은. 사진=배경은 제공

필드 밖 또 다른 골프인의 삶

배경은은 최근 선수 때보다 더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선수 땐 골프가 전부였지만 이젠 다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에도 익숙해져야 하는 삶이다. 그녀는 "지금 선수 때를 생각하면 '우물 안 개구리' 였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때는 그 세계가 전부였기에 부상을 입거나 공이 잘 안 맞으면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또 생계를 위한 부분도 컸기에 부담감에 따른 스트레스는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삶은 어떨까. 배경은은 "후배들에게 투어 선수 이외의 다른 골프인으로서의 삶도 다양하고 가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다.

배경은은 "제가 선수 생활을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내 프로 골프 시장 규모가 커졌다. 그만큼 프로선수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약할 수 있는 분야도 넓어졌다"면서 "은퇴할 때 사실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골프 말고는 해본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할 수 있는, 아니 프로출신들이 해야할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게 됐다. 골프마케팅부터 프로 지원, 피지컬 트레이닝, 골프장 매니저 등 선수생활 경험을 살려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배경은은 이제 또 다른 '필드 밖 골프인' 의 삶에서 목표도 정했다. 석사과정을 밟은 뒤 40대에는 대학 강단에 설 계획이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필드와 연습장에서 아마추어 레슨까지 하면서도 목표를 위해 공부까지 해야 하는 바쁜 삶이지만 그녀는 '공만 치면 되던' 선수 때보다 더욱 행복해 보였다.

프로는 성적과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한다. 배경은은 중고교 시절 국내에서 프로선수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비록 해외 무대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다르게 보면 그런 실패도 있었기에 새로운 삶에 대한 '감사함'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배경은은 역시 뼈속까지 골프인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편하게 만나 얼굴을 익히려고 했던 자리가 인터뷰 자리로 바뀌어 있을만큼 현역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까마득한 후배인 김아림을 만나 느꼈던 이야기부터 방송 프로그램에서 최혜진과 인터뷰를 했던 이야기를 할 땐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배경은은 이제 필드밖 골프인으로 자신의 '리즈시절' 못지 않은 행복한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필드 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선수에서 이제는 골프 방송인이자 전문 레슨코치로 변신한 배경은의 10년뒤가 더욱 기대된다. 그녀의 두 번째 골프라이프를 지켜보자.

[정미예 마니아리포트 기자/gftravel@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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