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현지의소리] 장성규 논란부터 비매너 플레이까지...프로암의 두 얼굴

2019-05-13 07:30

최종라운드 챔피언조로 나선 전 국가대표 야구감독 선동열과 준우승자 박성국, 우승자 전가람과 배우 박광현. 인천=김상민 기자
최종라운드 챔피언조로 나선 전 국가대표 야구감독 선동열과 준우승자 박성국, 우승자 전가람과 배우 박광현. 인천=김상민 기자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이 큰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는 이미 1937년부터 유명인사들이 출전하는 셀러브리티 프로암 대회가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K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통틀어 이 대회가 처음이다.

획기적인 시도인 만큼 첫 선을 보인 지난해 그리고 2회째를 맞은 올해까지 많은 기대 속에 대회가 막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끝에는 잡음만 무성하다.

올해 가장 큰 이슈는 장성규 논란이다. 이 대회에 셀러브리티로 출전한 방송인 장성규가 단 1개 홀을 남긴 채 기권을 하고 필드를 떠나면서 시작된 사건으로 골프계는 물론 연예계까지 소란스러웠다.

먼저, 장성규의 기권 소식을 들은 협회 관계자가 황당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저녁 무렵 스케쥴을 마친 장성규의 소속사에서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사건은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는 듯 했지만,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우선인 협회측에서 입을 닫으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대행사가 있었다. 대회 운영을 맡은 대행사 케이프온이 장성규를 섭외했다. 장성규 측은 "'섭외 당시 부득이하게 대회 진행이 지연될 경우 중간에 이동해도 괜찮다'라고 사전에 협의했다"는 입장을 전했는데, 장성규와 협의한 곳이 대행사다.

실제로 장성규는 당시 16번 홀부터 계속해서 대행사 측과 기권에 대해 전화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이는 대행사와 장성규, 단 둘 사이의 협의에 불과했다.

협회 관계자는 12일, 장성규와 장성규를 섭외한 대행사 간의 협의 내용에 대해 "몰랐던 내용이다. 만약 장성규가 스케쥴로 인해 중간에 가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더라면 출전 조차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장성규. 사진=KPGA 제공
장성규. 사진=KPGA 제공
이어 "장성규 측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이준석과 한 조로 플레이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프로암 대회인 만큼 이를 수용해 조편성에 반영했는데, 결과적으로 장성규가 갑작스럽게 기권을 하고 사라졌다. 더욱이 기권하고 가면서 협회 측에 '내일 다시 오겠다'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상식적으로 기권을 하고 다음 날 다시 대회에 나온다는 것이 말이 안되지 않나? 대회에 장난스럽게 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라고 하며 "지난해 이 대회에도 출전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대회 진행에 소요되는 시간을 충분히 인지했을 텐데 이런 상황이 벌어져 난감하다"라고 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서 주최 측이 장성규의 출전을 설득하고, 장성규가 기권하니 비난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협회와 공식 스폰서사인 휴온스가 화살을 맞았다.

이에 이번 사건의 핵심인 대행사측은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경기 중에 기념 사진찍는 셀러브리티? 이번 대회는 코리안투어 정규 대회다. 팀 우승은 포볼 방식(각자의 공으로 플레이 후 좋은 스코어를 기록)으로 가려지지만, 대회 우승자를 가리는 것은 일반 대회와 동일하며,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같다.

대회, 그리고 경쟁 상황에 익숙한 스포츠 스타들의 경우 경기 중인 프로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김태훈과 한 조로 팀 우승을 차지한 '도마의 신' 여홍철은 우승 소감으로 "프로 선수들의 경기에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운을 뗄 정도였다.

반면, 일부 연예인들의 모습은 달랐다.

팀 우승의 경우 좋은 스코어가 기록되기 때문에 자신보다 팀원의 스코어가 좋을 것이라 예측된다면 그 홀의 플레이를 포기해도 좋다. 특히 이번 대회의 경우 아마추어 선수들이 함께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지체됐고, 이에 일부 아마추어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배려해 눈치껏 홀을 포기하기도 했다.

동반 플레이어들이 그린 위에서 플레이 중인 가운데, 한 셀러브리티가 홀로 팬들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동반 플레이어들이 그린 위에서 플레이 중인 가운데, 한 셀러브리티가 홀로 팬들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다소 의아한 광경이 포착됐다. 대회에 출전한 한 셀럽은 동반 플레이어들이 그린에서 플레이를 하는 와중에 카트 도로 근처로 나와 자신의 팬클럽을 향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 셀럽은 타 방송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해당 방송팀이 선수들이 경기 중인 그린 위에 올라가 촬영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일부 연예인들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는 올해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기권으로 논란을 빚은 장성규는 지난해 첫 날 경기를 마친 후 과음을 했다. 대회 둘째날 플레이를 하면서 숙취로 인해 힘들다고 토로했고, 미스샷이 나오면 공을 집어 들고 홀을 포기하는 등 경기에 열의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기본적인 에티켓도 지켜지지 않아. 골프에 있어 퍼팅 라인을 밟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선수들끼리의 플레이에서는 상대방의 퍼팅 라인을 밟지 않고 건너가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 대회에서는 퍼팅 라인을 피해 돌아서 이동한다.

지난해의 경우 캐디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체육학과 학생들이 캐디를 하기도 했는데, 이중 일부 학생들이 에티켓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선수들의 퍼팅 라인을 밟거나, 밟을 뻔 한 장면이 여러차례 목격됐다.

이는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는 일부 아마추어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캐디들이 퍼팅 라인을 돌아가지 않고 건너가는 등 사소한 실수로 분위기를 흐렸다.

김태훈과 함께 한 조로 팀 우승을 차지한 '도마의 신' 여홍철. 인천=김상민 기자
김태훈과 함께 한 조로 팀 우승을 차지한 '도마의 신' 여홍철. 인천=김상민 기자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KPGA투어는 올해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아마추어 선수들의 캐디로 KPGA투어 프로들을 연결시켰다. 뿐만 아니라 올해 골프 룰이 대거 바뀌면서 대회에 앞서 기본적인 에티켓과 룰 교육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 에티켓을 위반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는 일부 연예인들이 자신의 지인을 캐디로 대동하면서 발생했다.

물론 위 사례는 일부 연예인들에 국한된다. 우승자 전가람과 한 조로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박광현의 경우 세미프로 정도의 수준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골프 에티켓도 프로급이었다. 전가람은 "대회 막바지에 치열한 승부가 치러질 때는 셀러브리티(박광현, 선동열)분들이 피해주셨다. 배려 덕분에 승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전가람은 "플레이가 지연되니 체력적인 부담이 있어 가장 힘들었다. 셀러브리티와의 경기는 처음이라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하면서도 "내가 모든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지만, 셀러브리티들과 경기하며 불편한 부분은 프로 선수들이 안고가야할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전가람 뿐만 아니라 출전 선수 대부분이 비슷한 의견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편함은 있지만 투어 흥행에 도움이 된다면 1년에 한 번쯤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셀러브리티의 골프 실력은 쉽게 볼 수 없는 것으로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도 매 대회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화제성과 흥행이라는 것만으로 언제까지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할 수만는 없다. 대회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셀러브리티들이 '초대받은 스타'의 모습이 아닌 대회에 출전한 '아마추어 선수'로서 좀 더 성숙하고 진중한 태도로 경기에 임해야할 것이다.

[인천=김현지 마니아리포트 기자/928889@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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