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번 대회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태도가 잇따라 논란이 되면서 경기 결과보다 경기 밖의 모습이 더 크게 회자되고 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시대가 변하면서 국가대표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진 것인지, 선수 개인의 인식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제도와 문화까지 돌아봐야 하는 문제인지 여러 질문이 남는다.
이번 논란을 몇몇 선수의 말실수로만 넘기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연 국가대표의 자리는 메달을 획득하는 데 있는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국가대표의 중요한 임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태극마크가 오직 성적만을 의미한다면 국가대표와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선수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국가의 이름으로 출전한다는 것은 경기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뜻이다.
그 책임은 경기장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승리했을 때 상대를 존중하고, 패배했을 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판정이 아쉽더라도 심판과 상대에게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는 것.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말이 어떤 의미로 전달될지 생각하는 것. 이러한 자세가 국가를 대표해 국제무대에 선 선수에게 기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다.
특히 경기 후 인터뷰는 선수의 생각과 태도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자리다. 지금은 짧은 발언 하나도 영상으로 남아 순식간에 퍼지고 잊혀지지 않는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순간부터 선수는 단지 개인으로 남지 않는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대회에서 하는 말과 행동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따른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부족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 치열한 승부가 끝난 직후이기에 감정이 앞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인정하고, 반성하면 된다. 실수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자신의 행동이 왜 문제가 됐는지조차 돌아보지 않는 태도다.
국가대표의 말과 행동은 그 선수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도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자라는 후배 선수들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기록과 기술만 보고 배우지 않는다. 선배가 이겼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졌을 때 상대를 어떻게 대하는지, 사람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도 본다. 지금의 국가대표가 보여주는 모습이 다음 세대에게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선수 개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체육계도 돌아봐야 한다. 좋은 기록을 내는 선수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정작 태극마크를 단 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는 선수 개인의 판단에 맡겨온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운동선수에게 경기력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국가대표 역시 실력으로 선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대표에게는 실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공식 인터뷰에 나설 때도, 다른 나라 선수들과 마주할 때도 선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시상대에 오르면 개인의 이름과 함께 국기가 올라간다. 개인의 성취가 국가의 이름과 함께 기록되는 자리다.
국민이 국가대표에게 언제나 금메달만을 요구했던 것도 아니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냈고, 기대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했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다시 도전하라고 응원했다. 반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태도 때문에 비판받는 선수도 있다.
좋은 기록은 실력을 증명하지만 그 선수가 어떤 선수였는지까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때로는 메달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모습이 오래 남고, 승리한 뒤 상대에게 건넨 손길이 기억된다. 반대로 순간의 경솔한 말과 행동이 어렵게 쌓아온 성취를 가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몇몇 선수에 대한 비난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체육계 역시 메달과 기록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대표가 국제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하는지 함께 가르쳐야 한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국가대표의 의미까지 가벼워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국가대표는 가장 잘하는 선수만을 뜻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뛰고, 그 이름에 책임질 줄 아는 선수여야 한다. 메달은 경기의 결과로 남지만, 사람들은 그 선수가 어떻게 이겼고, 어떻게 졌으며, 그 뒤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더 오래 기억한다. 그것이 메달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국가대표의 품격이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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