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가 웰스를 한국전 표적 선발로 내세운 이유는 명확하다. 웰스는 지난 시즌 KBO 리그에서 뛰며 한국 타자들의 성향을 몸소 체험했고, 올해 LG 스프링캠프를 통해 국가대표급 주축 타자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구질과 습성을 공유했다. 한국 타자들이 어떤 궤적의 변화구에 방망이가 나가는지, 어떤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리는지를 꿰뚫고 있는 '움직이는 분석관'인 셈이다.
한국으로서는 웰스를 얼마나 빨리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느냐에 모든 사활을 걸어야 한다. 웰스는 시속 140km 후반대의 직구와 날카로운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기교파 좌완이다. 리듬을 타게 내버려 둔다면, 한국 타선은 그의 정교한 제구력에 말려들어 자칫 '도쿄 참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경기는 단순히 승패를 넘어 점수 차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경우의 수'가 얽혀 있다. 초반부터 웰스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무력화하고 대량 득점에 성공해야만 경기 후반 불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LG 소속인 박동원, 문보경 등 동료 타자들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웰스의 공략법을 전파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비행기 세리머니나 안일한 승리 낙관론은 사치에 불과하다. 호주전에서 패하거나 웰스에게 묶여 고전한다면 한국 야구는 역대 최악의 국제 대회 성적이라는 성적표를 들고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웰스를 조기에 무너뜨리고 호주의 기를 꺾는 것만이 그나마 남은 자존심을 지키고 8강행 불씨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도쿄돔 마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이 기묘한 '청백전'에서 한국 야구의 명운이 결정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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