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골프장에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바지와 신발을 착용한 골퍼가 티박스에서 샷을 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화면, 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28121043012685e8e9410871751248331.jpg&nmt=19)
19세기 영국에서 스포츠가 규칙화되면서 크리켓, 축구, 럭비 등에서 경기 구역을 벗어난 상태를 뜻하는 말로 ‘아웃 오브 바운즈’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골프에서도, 코스의 질서와 안전을 위해 플레이가 허용되지 않는 구역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생기면서 이 말을 그대로 차용했다. ‘오비’라는 현장에서 긴 표현을 사용하는게 현장에서 불편했기 약어로 정착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때 골프가 들어오면서 ‘오비’라는 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골프계는 이미 영어 ‘(Out of Bounds’를 ‘オービー(오비)’로 줄여 쓰고 있었고, 조선 골프 현장에서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국의 ‘오비’는 영어 직수입이 아니라 일본식 약어 관행의 이식인 것이다.
1970년대 이후 골프장이 늘고 방송 중계가 시작되면서 ‘오비’는 전문 용어를 넘어 일반 대중도 아는 말이 된다. ‘오비’는 더 이상 외국어가 아니라 한국어 고유의 스포츠 은어·관용어로 기능하고 있다.
북한에선 ‘오비’를 ‘경계선 밖’이라고 부른다. 이는 단순한 번역이 아니다. 외래어를 최소화하고, 누구나 즉시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규칙의 본질을 전달하려는 선택이다. 이 말은 듣는 순간 규칙의 핵심이 바로 이해되도록 하려는 의도한 직설적인 표현이다. ‘오비’의 핵심은 코스가 정한 경계선을 넘어갔는가다. ‘경계선밖’은 판정 기준(선의 안·밖)을 정확히 지칭해, 초보자나 비전문가도 오해가 적다. 약어가 가진 관행적·암기적 요소를 걷어내고 판정의 물리적 기준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경계선밖’이라는 표현은 투박하지만 솔직하다. 잘못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숨기지 않는다. 그 공은 멀리 날아간 것이 아니라, 선을 넘었다. 골프가 공간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이보다 분명하게 말해 주는 표현도 드물다.
이 표현에는 북한 사회가 익숙하게 써온 ‘경계’라는 개념도 스며 있다. 경계선은 군사, 행정, 생산 현장 어디에서나 강조돼 온 말이다. 골프장 역시 관리되고 통제되는 공간이며, 그 질서를 벗어나면 대가를 치른다. 스포츠 규칙조차 사회 전반의 언어 감각과 분리하지 않는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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