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 베르남 경기 [대한축구협회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1241847190854791b55a0d5621122710579.jpg&nmt=19)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참함은 더해진다. 한국은 베트남을 상대로 무려 32개의 슈팅을 쏟아부었고, 60개가 넘는 크로스를 올렸다. 숫자만 보면 압도적인 경기였으나, 이는 알맹이 없는 '공허한 점유'일 뿐이었다. 상대가 퇴장당해 수적 우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성호의 공격진은 약속된 플레이 하나 없이 무의미한 롱볼과 개인기 돌파에 의존하며 자멸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빗나가는 슈팅과 투박한 볼 컨트롤은 과연 이들이 대표 선수가 맞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더욱 뼈아픈 지점은 상대 벤치에 앉아있던 인물이 '지한파' 김상식 감독이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축구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지도자에게 철저히 농락당하는 동안, 우리 기술위원회와 코칭스태프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전술적 유연함은 실종되었고, 상대의 밀집 수비를 파괴할 세부 전술은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
팬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한 경기의 패배 때문이 아니다. 이번 참사는 한국 축구가 지난 수년간 방치해온 근본적인 문제들이 곪아 터진 결과다. 유소년 시스템에서의 창의성 고갈, 지도자 양성 과정의 경직성, 그리고 '아시아 호랑이'라는 허울 좋은 자존심 뒤에 숨어 변화를 거부한 행정적 무능이 오늘날의 '암흑기'를 초래했다.
일본은 이미 유럽 수준의 체계적인 빌드업 축구를 완성해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정신력과 체력만을 강조하며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다.
이제 '아시아의 변방'이었던 동남아 국가들은 더 이상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빠르게 흡수하며 전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베트남전 패배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이대로라면 성인 대표팀 역시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계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성장통'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인적 쇄신과 기술적 혁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의 암흑기는 2026년을 기점으로 더욱 깊고 길어질 것이다. 팬들은 이제 '열심히 뛰는 축구'가 아니라 '똑똑하고 이기는 축구'를 원한다. 오늘 우리가 목도한 참사는 한국 축구에 주어진 마지막 경고장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