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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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사이드] 끝까지 달린 이름, 김원식

2025-12-31 07:24

 1985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국내부에서 우승한 김원식의 골인 모습  [김원식 제공]
1985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국내부에서 우승한 김원식의 골인 모습 [김원식 제공]
한국 마라톤의 역사는 몇몇 눈부신 금메달과 기록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묵묵히 시대의 한계를 견디며 달린 선수들이 있다. 마라토너 김원식(62)은 바로 그런 이름이다.
그는 마라톤 국가대표로 1982년 1500m 한국신기록 수립, 84년 동아마라톤 동메달과 LA 올림픽 마라톤 참가, 85년 서울 국제마라톤 국내부 우승, 86년 전국체전 마라톤 동메달, 92년 마이니치 국제마라톤 동메달 등을 수상하며 80년대 한국 마라톤을 이끌었다.

80년대 한국 육상은 세계 무대와의 격차를 체감하던 시기였다. 훈련 환경은 열악했고, 선수 개인의 노력과 정신력이 성과를 좌우하던 시대였다. 김원식은 이 시기 국가대표 장거리 선수로 활약하며 중·장거리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마침내 손기정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1984년 LA 올림픽 마라톤 무대에 섰다. 순위만 놓고 보면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 그 자체가 당시 한국 마라톤이 도달한 하나의 경계선이었다.

김원식의 진짜 가치는 기록 이후에 있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 스포츠 현장을 떠났지만, 그는 교육자와 해설자로 남았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육상을 통해 삶의 태도를 전했고, 중계석에서는 선수 출신만이 전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마라톤을 설명했다. 승부의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 선두보다 끝까지 달리는 선수의 고통과 의지를 이야기했다.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종목이다. 김원식의 삶 또한 그러했다. 최고가 되기보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앞서기보다 함께 가는 길을 택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기록표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 남는다.

오늘날 스포츠는 점점 더 빠른 결과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김원식이 보여 준 마라토너의 자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묵묵히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끝까지 완주하는 것. 그것이 경기에서든, 인생에서든 가장 어려운 일임을 그는 몸으로 증명해 왔다.

 마라톤 해설가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 김원식


한국 마라톤의 역사를 말할 때, 우리는 반드시 이런 이름을 함께 불러야 한다. 끝까지 달린 사람, 김원식. 그의 발걸음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길 위에 남아 있다.

김원식은 “2026년 ‘붉은 말’의 해에 말처럼 다시 뛰는 한국 마라톤이 좋은 기운으로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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