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이번 대회를 가능하게 한 인물은 전주 농구동호인팀 ‘전북연합’의 박정길(70)씨다. 그는 오랫동안 사재를 들여 생활체육 농구대회를 후원해 왔다. 중·고교 학생복을 공급하는 ‘세인트학생복’을 운영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생활체육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박씨의 후원으로 가능해진 이번 대회는 전주에서 처음 열린 60세 이상 전용 농구대회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고령화 시대의 한국에서, 생활체육의 새로운 지평을 연 셈이다. 이번 대회에는 김세환 아버지 농구협회장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웠다고 한다.

이 대회에는 1966년생 이상으로 한국생활체육농구연맹에 등록된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전북연합을 비롯해 GTT, 리바운드, 더레전드, 바이헵타, 꽐라스 등 6개팀이 출전했다. 참가 선수 중 74세 이각용씨가 최고령자였으며, 70세 이상이 5명 이상 참가해 10년 이상 차이나는 후배 선수들과 어울리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경기 방식은 로컬 룰을 적용, 7분 4쿼터제로 3개팀이 2개조로 예선리그를 가진 뒤 결승 토너먼트로 순위를 가렸다. 특히 1956년생 이상 고령 선수에게는 필드골 시 보너스 1점, 자유투 시 1구 2점, 2구 1점을 부여하는 룰을 도입했다. 이는 체력 약화와 운동능력 차이를 고려해 참가 선수 간 페어플레이를 유도한 세심한 배려다. 경기력·경쟁보다 “함께 오래 뛰는” 것에 의미를 둔 대회 취지를 잘 보여준다.
대회 첫 경기에선 박정길 전북연합 회장이 바이헵터를 상대로 22점을 쓸어 넣고 43-28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전북연합은 4강에서 리바운드에 29-28, 1점차로 패해 결승 문턱에서 물러났다. 우승은 전 국가대표 가드 강동희가 뛴 더레전드가 차지했으며, MVP는 데레전드의 강근석이 수상했다. 준우승은 리바운드, 3위는 전북연합, 꼴라스에게 각각 돌아갔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선 순위보다 뛰는 것 자체가 상(賞)이었다. 한때 농구장을 누비던 이들이 나이를 넘어 다시 코트에 서는 것만으로도 관중과 후배 동호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더욱 훈훈한 장면이 이어졌다. 박정길 씨의 부인이 직접 준비한 고기, 찰밥, 겉절이 김치, 시래기국이 차려졌고, 선수들은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우정을 나눴다. 운동을 통해 만나고, 경기를 통해 경쟁하고, 식탁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이 생활체육의 본질이다.
박정길 씨는 “60, 65, 70세 팀이 더욱 활성화돼 전국 어디서나 이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며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여러분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단순히 농구의 확장이 아니라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나이를 이유로 운동을 멀리하거나 자신을 제한하기보다, 이렇게 스스로 경기를 만들고 서로를 끌어내는 움직임은 고령사회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전주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60+, 70+ 생활체육 대회가 자리 잡는다면, 그것은 고령사회를 위한 가장 건강한 투자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다. 농구공이 구르는 소리 속에서 세대가 이어지고 삶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이번 대회는 그 출발점이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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