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의 골프이야기] 클럽하우스의 뇌과학 – 공간이 감정을 기억한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0190402041066cf2d78c681245156135.jpg&nmt=19)
골프장은 사람으로 치면 ‘성격’이고, 클럽하우스는 ‘얼굴’이다. 골퍼의 하루는 티박스보다 클럽하우스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 첫인상이 편안하면 이미 라운드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좋은 얼굴이 표정보다 분위기에서 나오듯 좋은 클럽하우스는 구조보다 감정의 온도에서 완성된다. 신경심리학적으로 클럽하우스는 골프장의 전두엽과 같다. 전두엽은 인간의 사고, 판단,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부위다. 즉 클럽하우스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이용자의 감정을 조율하고 종사자의 에너지를 재정렬하는 감정의 조정실이다.
△ 공간은 뇌의 언어로 기억된다
인간의 뇌는 공간을 단순히 시각정보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빛, 색채, 향기, 온도, 소리는 뇌 속 감정회로를 자극한다. 이때 편도체와 해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도체는 감정을, 해마는 기억을 담당한다. 즉 공간의 경험은 감정과 기억으로 함께 저장된다. 그래서 이용자가 한 번 느낀 분위기나 향기는 무의식 속에 ‘그 골프장’을 하나의 감정으로 새긴다. 클럽하우스의 향기, 조명, 바람, 그리고 음악 한 줄기까지가 뇌 속에 ‘감정의 지도’로 남는 것이다.
△ 다섯 가지 감각이 만드는 감정의 균형
좋은 클럽하우스는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지 않고 안정의 회로를 일으킨다. 그 중심에는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이라는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조화가 있다. 먼저 빛이다.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는 로비나 창문이 넓은 라운지는 전두엽의 과도한 긴장을 완화시키며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따뜻한 색조의 조명은 감정의 온도를 낮추고 이용자의 마음을 ‘차분한 준비상태’로 이끈다. 두 번째는 소리다. 잔잔한 음악이나 새소리, 바람의 음색은 편도체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특히 중저음대의 리듬은 심박수를 안정시키며 긴장된 신체 리듬을 이완시킨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괜히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 생리적 반응 때문이다. 세 번째는 향기다. 해마는 후각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은은한 커피향, 우드 향, 혹은 비누 냄새 같은 익숙한 향기는 곧바로 ‘편안함’이라는 감정으로 전환된다. 이 향기 기억은 뇌에 깊이 각인되어 다음 방문 때에도 동일한 감정 반응을 유도한다. 네 번째는 온도와 촉감이다. 쾌적한 실내 온도, 부드러운 의자 재질, 자연소재의 질감은 감각피질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이용자는 그곳이 “잘 꾸민 공간”이 아니라 “몸이 편안한 공간”으로 기억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간의 리듬이다. 사람의 뇌는 리듬과 패턴을 좋아한다. 동선이 단순하고 시야가 열려 있는 공간은 자유감과 심리적 확장을 느끼게 한다. 반대로 좁고 폐쇄된 공간은 도파민 분비를 억제하며 불안감을 유발한다. 따라서 좋은 클럽하우스는 개방감 속에 질서가 있고 고요함 속에 활력이 느껴지는 구조여야 한다.
△ 일터이자 쉼터, 뇌의 리듬을 살리는 구조
클럽하우스는 이용자의 쉼터이면서 종사자의 일터다. 하루 종일 감정노동을 하는 직원에게도 이 공간은 ‘심리 회복의 루틴’을 제공해야 한다. 밝은 휴게실, 자연광이 드는 사무공간, 적절히 분리된 대화 영역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뇌의 회복 속도를 결정짓는 환경적 변수다. 직원들을 위하는 골프장은 직원 휴게실 벽면에 ‘시각 안정 패턴’의 그림을 걸고 자연광이 흐르는 창의 각도를 세밀하게 조정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전두엽의 과활성화를 줄이고 편도체의 감정 긴장을 낮추기 위해서다. 즉, 좋은 공간은 ‘마음의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공간미학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뜻의 청풍명월(淸風明月)은 자연과 조화된 공간의 이상을 표현한 고사성어다. 이는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감정의 균형을 상징한다. 창 너머로 스치는 바람, 조용한 음악, 은은한 조명, 그리고 여유 있는 미소가 흐르는 공간, 그것이 바로 청풍명월의 클럽하우스다. 그곳에서 이용자는 세로토닌의 안정감을, 종사자는 옥시토신의 친밀감을 느낀다. 화려함보다 고요함, 자극보다 온화함이 오래 남는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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