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4-0으로 앞서던 6회, 분위기는 완전히 한화 쪽이었다. 신인 정우주의 호투, 문현빈의 스리런 홈런, 완벽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믿음에서 시작됐다.
김경문 감독은 흔들리는 황준서를 내리고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미 포스트시즌 내내 불안했던 그를 또 승부처에 쓴 것이다. 결과는 김영웅의 동점 스리런. 한화 더그아웃은 침묵했고, 대구의 공기는 뜨겁게 뒤집혔다.
이후 한승혁마저 김영웅에게 또 한 번 스리런을 허용하며 4-7 역전패. '김서현 구하기'에 집착하다 리드를 잃었고, 한화의 가을야구는 혼돈에 빠졌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오늘 경기 결과는 감독이 잘못한 것"이라 인정하면서도, "5차전 마무리는 김서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팬들이 고개를 젓는 이유다.
냉정히 보면 김서현은 더 이상 '믿음의 카드'가 아니다. 4차전 이전부터 실점 행진, 홈런 허용, 그리고 멘탈 붕괴. 그를 다시 마무리로 내세우겠다는 발언은 믿음이라기보다 확신 없는 고집, 혹은 스스로를 향한 의무감처럼 들린다.
김경문 감독은 늘 선수를 끝까지 믿는 리더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의 한화는 '믿음'이 아니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서현이 아니어도 한화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감독은 또다시 같은 길을 택하려 한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경기. 대전으로 무대를 옮긴 5차전에서 김서현이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면, 그것은 김 감독의 '신앙'이 될까, 아니면 '집착'의 마지막 흔적이 될까. 김 감독의 선택이 '믿음의 기적'이 될지, '집착의 추락'이 될지는 오직 그 한 순간에 달려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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