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감독은 정우주를 어차피 한화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켜야 하는 자원이기에 경험 쌓기 차원에서 '실험'을 했을 수 있다. 또 그날을 '불펜 데이'로 여겨 정우주를 선발로 내세웠을 수도 있다.
그 만큼 한화는 여유가 있다. 가을야구 진출은 이미 확정됐고 1위 LG 트윈스를 추격하고는 있지만 무리하지 않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1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부진했던 빈스 벨라스케즈를 구원 투수로 등판시켰다.
3-6으로 뒤진 6회 2사 1루서 마운드에 오른 벨라스케즈는 첫 타자 강민호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고 2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양도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벨라스케즈는 1사 2루에서 구자욱 타석 때 윤성빈과 교체됐다. 윤성빈은 구자욱에게 적시타를 맞아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자책점은 벨라스케즈의 몫이 됐다.
김 감독은 벨라스케즈의 불펜 강등에 대해 "1이닝 정도 부담 없이 던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초 또는 가을야구와 무관한 경기라면 그럴 수 있다. 롯데는 지금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남은 경기 모두 결승전처럼 치러야 한다. 모든 선수가 부담감을 갖고 필사적으로 뛰어야 한다.
그런데 김 감독은 벨라스케즈에게 부담 없이 던지게 하겠다는 '한가한' 말을 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롯데의 가을야구는 강정호의 예상처럼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1승이 절박한 상황에서 벨라스케즈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롯데는 크게 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어야 하는 처지다. '실험'이나 할 때가 아니다.
벨라스케즈는 "뮈든 하겠다"고 했으나 그는 지금 롯데에서 뭐든 할 수 있는 게 없다. 김 감독의 말처럼 부담 없이 던질 때도 아니다.
롯데는 이날 경기 전까지 5위 삼성을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그러나 삼성에 5-7로 져 격차가 더 벌어졌다. 롯데는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