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의 골프이야기] 붕우락(朋友樂) – 벗들과 함께한 라운드의 즐거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915091711001456cf2d78c681439208141.jpg&nmt=19)
라운드 전날 밤부터 내리는 비에 골프 모임 총무는 엄청 바쁘게 라운드 당일 일정 준비로 분주했다. 며칠 전부터 비 소식이 있었고 휴대폰 속 날씨 앱은 강수 확률 99%였다. ‘내일 동문 모임 진행이 가능할까? 비 맞고 치면 고생만 할 텐데…’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차라리 이른 취소가 나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가방엔 평소보다 더 무겁게 우비와 수건을 챙겼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동문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하는 마음이 발걸음을 잡아끌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얼굴만 보면 웃음이 터지는 사람들이 있기에 날씨쯤은 핑계가 될 수 없었다.
△반전의 하늘, 환영의 무대
골프장에 도착하니 비는 계속 내리고 라운드를 취소하고 귀가하는 차량이 여러 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반신반의했는데 비가 점차 잦아들더니 티오프 시간이 되자 비는 거의 멈추었다. 걱정으로 시작했던 하루가 오히려 감사와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진짜 선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오랜만에 다시 만난 동문들의 반가운 얼굴이었다. “야, 네가 그때 ○○학번 ○○과였지?” “얼굴은 그대로인데 배만 좀 나왔네?” 농담 반 진담 반의 인사가 오가며 이미 라운드의 분위기는 밝아지고 있었다.
△붕우락(朋友樂)의 의미와 오늘의 라운드
『논어(論語)』 학이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여기서 비롯된 말이 바로 붕우락(朋友樂)이다. 벗과 더불어 함께하는 즐거움, 그 자체가 큰 기쁨이라는 뜻이다. 오늘 라운드의 모든 순간이 이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티샷이 왼쪽 숲으로 날아가도, 동문들의 농담 한마디에 웃음이 터졌고, 퍼팅이 짧아도 “네 성격답네, 항상 조심스러웠잖아”라는 말에 오히려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해졌다. 점수는 뒷전이 되었고 웃음과 대화가 라운드의 주인공이 되었다.
△샷보다 더 빛난 대화와 추억
라운드 중간중간 오간 대화는 샷보다 더 빛났다. “학교 앞 분식집 기억나냐?” “네가 과 동아리 회장이었잖아?” 추억은 공처럼 필드 위를 굴러다녔다.
오늘 라운드는 경기장이 아니라 작은 동문회장이었다. 스코어카드에는 보기와 더블보기가 줄줄이 적혔지만 우리 마음에는 우정과 추억이 빼곡히 채워졌다. 골프가 걷는 운동이라지만 오늘은 ‘함께 걷는 추억 여행’에 가까웠다.
△동문 모임이 주는 특별한 가치
골프는 원래 혼자 치는 듯하지만 결국은 사람과 함께하는 스포츠다. 동문 모임 라운드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젊은 날 같은 교정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성장한 사람들이기에 라운드의 호흡은 더욱 자연스럽다.
“죽마고우(竹馬故友)”라는 말이 있다. 어릴 적 대나무 말을 타고 함께 놀던 벗이라는 뜻으로 학창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를 의미한다. 오늘 모임이 바로 그러했다. 세월이 흘러 머리에 흰 서리가 내려도 마음만큼은 여전히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붕우락(朋友樂)의 골프, 인생의 교훈
골프는 변수가 많다. 오늘처럼 비 소식이 있다가도 하늘이 갑자기 열리듯 인생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벗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다.
스코어는 잊혀져도 함께 웃고 걸었던 장면은 오래 남는다. 오늘처럼 붕우락의 기쁨을 만끽한 라운드는 골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인생에서 가장 귀한 건 결국 좋은 벗이다. 골프도 인생도 벗과 함께할 때 더 빛난다. 오늘 하루가 그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붕우락(朋友樂) - 벗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야말로 골프의 가장 큰 선물이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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