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의 골프이야기] 적토성산(積土成山) – 땀방울로 쌓은 오늘의 파 하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14091704099526cf2d78c68223387529.jpg&nmt=19)
2번 홀, 드라이버 샷이 러프에 빠졌지만 서둘지 않고 라이를 확인하고 7번 아이언으로 레이업, 이어진 어프로치가 깃대 옆에 붙고 짧은 퍼팅으로 파 세이브한다. 대단한 샷 하나 없지만 실수를 줄여가며 조심스럽게 쌓아 올린 한 타 한 타에 집중하다보니 더위를 잊는다. 4번 홀 파3, 그늘 하나 없는 티박스에서 땀이 눈을 타고 흐른다.
캐디가 묻는다. “130m인데 여유 있게 클럽을 선택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한 클럽 더 보시죠?” 결정은 8번 아이언. 그린 오른쪽에 안착하고 투 퍼팅으로 깔끔한 파를 기록한다. 그리고 마침내, 9번 홀을 마치고 그늘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스포츠음료를 들이켜며 골퍼들은 외친다. “살았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뿌듯함이 있다.
이 더위 속에서도 ‘내 플레이를 지켜냈다.’는 자부심. 여기서 떠오른 고사성어가 있다.
적토성산(積土成山) “흙을 조금씩 쌓아 올리면 언젠가는 산이 된다.”『순자(荀子)』에서 유래한 이 말은 작은 노력이 쌓여 결국 큰 성과를 만든다는 뜻이다.
골프에서도 이 말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한 타 잘 쳤다고 자만하지 않고, 한 타 실수했다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그리고 매 홀, 매 샷에 담긴 사소한 집중력의 연속이 결국 라운드의 격을 만든다. 더운 날씨에 “오늘은 대충…” 하는 순간, 어이없는 더블보기와 함께 무너진 흐름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반대로 더운 날일수록 기본을 더 지키고 루틴을 더 신중히 지키는 골퍼는 비록 스코어가 다소 오르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오늘도 골프를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골프의 즐거움은 단지 버디에서 오지 않는다. 내가 나를 이긴 순간, 집중이 흔들릴 수 있었던 찰나를 넘긴 그 한 홀에서 진짜 성취감이 시작된다.
적토성산, 오늘의 파 하나는 단지 한 번의 좋은 샷이 아니라 수십 번의 선택과 인내, 그리고 땀방울이 쌓여 이룬 ‘작은 산’이다.
폭염 속에서 무너질 수도 있었던 내가 조용히 샷을 정돈하고 한 홀을 마무리한 그 순간 그건 스코어 이상의 값진 한 걸음이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샷 하나, 걷는 걸음 하나, 캐디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까지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다. 그 모든 것이 내 골프 인생의 산을 이루고 있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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