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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골프이야기] 적토성산(積土成山) – 땀방울로 쌓은 오늘의 파 하나

2025-07-14 09:17

[김기철의 골프이야기] 적토성산(積土成山) – 땀방울로 쌓은 오늘의 파 하나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 라운드 당일 기온은 34도이다. 스윙 한 번에 온몸이 땀범벅이 되고 티박스에 설 때마다 눈을 찌르는 햇살이 정신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동반자들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클럽을 점검하고 누군가는 공에 표시를 새긴다. 그리고 골퍼는 묵묵히 첫 번째 샷을 준비한다. 이럴 때 골프는 체력이 아니라 인내와 습관의 스포츠다. 누구나 더위에 지친다. 하지만 어떤 골퍼는 무너지고 어떤 골퍼는 버틴다.

2번 홀, 드라이버 샷이 러프에 빠졌지만 서둘지 않고 라이를 확인하고 7번 아이언으로 레이업, 이어진 어프로치가 깃대 옆에 붙고 짧은 퍼팅으로 파 세이브한다. 대단한 샷 하나 없지만 실수를 줄여가며 조심스럽게 쌓아 올린 한 타 한 타에 집중하다보니 더위를 잊는다. 4번 홀 파3, 그늘 하나 없는 티박스에서 땀이 눈을 타고 흐른다.

캐디가 묻는다. “130m인데 여유 있게 클럽을 선택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한 클럽 더 보시죠?” 결정은 8번 아이언. 그린 오른쪽에 안착하고 투 퍼팅으로 깔끔한 파를 기록한다. 그리고 마침내, 9번 홀을 마치고 그늘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스포츠음료를 들이켜며 골퍼들은 외친다. “살았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뿌듯함이 있다.

이 더위 속에서도 ‘내 플레이를 지켜냈다.’는 자부심. 여기서 떠오른 고사성어가 있다.

적토성산(積土成山) “흙을 조금씩 쌓아 올리면 언젠가는 산이 된다.”『순자(荀子)』에서 유래한 이 말은 작은 노력이 쌓여 결국 큰 성과를 만든다는 뜻이다.

골프에서도 이 말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한 타 잘 쳤다고 자만하지 않고, 한 타 실수했다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그리고 매 홀, 매 샷에 담긴 사소한 집중력의 연속이 결국 라운드의 격을 만든다. 더운 날씨에 “오늘은 대충…” 하는 순간, 어이없는 더블보기와 함께 무너진 흐름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반대로 더운 날일수록 기본을 더 지키고 루틴을 더 신중히 지키는 골퍼는 비록 스코어가 다소 오르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오늘도 골프를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골프의 즐거움은 단지 버디에서 오지 않는다. 내가 나를 이긴 순간, 집중이 흔들릴 수 있었던 찰나를 넘긴 그 한 홀에서 진짜 성취감이 시작된다.

적토성산, 오늘의 파 하나는 단지 한 번의 좋은 샷이 아니라 수십 번의 선택과 인내, 그리고 땀방울이 쌓여 이룬 ‘작은 산’이다.

폭염 속에서 무너질 수도 있었던 내가 조용히 샷을 정돈하고 한 홀을 마무리한 그 순간 그건 스코어 이상의 값진 한 걸음이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샷 하나, 걷는 걸음 하나, 캐디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까지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다. 그 모든 것이 내 골프 인생의 산을 이루고 있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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