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시비옹테크. 사진[AP=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1314204907157dad9f33a29211213117128.jpg&nmt=19)
시비옹테크는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펼쳐진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어맨다 아니시모바(12위·미국)를 단 57분 만에 2-0(6-0 6-0)으로 압살했다.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상대에게 단 한 게임도 허용하지 않고 우승한 것은 1911년 도로시 체임버스(영국)가 도라 부스비(영국)를 제압한 이후 무려 114년 만의 일이다.
메이저 대회 전체로 확대하면 1988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나타샤 즈베레바(당시 소련)를 같은 스코어로 물리친 이후 37년 만이며,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테니스에서 상대에게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6-0 승리를 '베이글 세트'라고 부르는데, 상대 점수 '0'이 베이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표현으로는 '6대 빵'에 해당한다.
시비옹테크가 이런 베이글 세트를 자주 만들어낸다고 해서 외신에서는 '이가의 빵집(Iga's Bakery)'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실제로 시비옹테크는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32차례의 6-0 승리를 기록해 현역 선수 중 빅토리야 아자란카(40회·벨라루스), 캐럴라인 보즈니아키(35회·덴마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자란카가 1989년생, 보즈니아키가 1990년생인 반면 시비옹테크는 2001년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빵집'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번 우승은 시비옹테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작년 8월 도핑 양성 반응 이후 세계 1위에서 밀려나고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도 못했던 그는 최근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4연패를 노렸던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서도 4강에서 좌절했다.
도핑으로 인한 1개월 출전 정지 처분 이후 정신적 타격을 받았던 시비옹테크는 윔블던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았다. 프랑스오픈에서 3연패를 달성했을 때도 유독 잔디코트 메이저인 윔블던에서는 결승조차 진출하지 못할 정도로 고전했기 때문이다.
2018년 윔블던 주니어 여자 단식 우승 경력이 있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WTA 투어 잔디코트 우승이 전무할 정도로 약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프랑스오픈을 평소보다 일찍 마감하며 잔디코트 시즌 준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 덕분인지, 6월 WTA 투어 잔디코트 대회에서 생애 첫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고, 윔블던에서는 마침내 비너스 로즈워터 디시를 손에 넣었다.
통산 6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시비옹테크는 "정말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나 자신도 윔블던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라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시비옹테크는 역사상 8번째로 하드, 클레이, 잔디코트 메이저 대회 단식을 모두 제패한 여자 선수가 됐으며, 현역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시비옹테크. 사진[AP=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1314215606723dad9f33a29211213117128.jpg&nmt=19)
시비옹테크는 이날 일방적인 승리에 대해 "테니스는 경기력과 체력뿐만 아니라 멘털 스포츠이기도 하다"며 "결승이 일방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스트레스 같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결승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려면 그 이전 경기들의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이가의 베이커리'를 자주 운영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시비옹테크와 같은 2001년생인 아니시모바는 2019년 부친상 이후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며 2023년 약 8개월간 코트를 떠났던 선수다. 이번 윔블던에서 생애 첫 메이저 결승에 진출해 어릴 때 자신에게 테니스를 가르쳐준 아버지에게 우승컵을 바치려 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시상식에서 관중석의 어머니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린 아니시모바는 대신 14일 자 세계 랭킹에서 7위에 올라 생애 첫 톱10 진입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연합뉴스
[이종균 마니아타임즈 기자 / ljk@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