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화)

축구

울산 vs 도르트문트 "36도 찜통 대결"... 선수들 "뙤약볕 90분 버텨야"

2025-06-25 16:25

울산 HD의 에릭. 사진[Getty Images via AFP=연합뉴스]
울산 HD의 에릭. 사진[Getty Images via AFP=연합뉴스]
울산 HD와 도르트문트(독일)의 FIFA 클럽 월드컵 F조 마지막 대결이 선수들에게는 유난히 '뜨거운 추억'으로 각인될 것 같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용광로' 같은 필드에서 90분을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한복판에서 활약하는 미드필더들은 뙤약볕을 피할 피난처조차 없다.

도르트문트전 24시간 전인 24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신시내티의 기온은 36도를 가뿐히 넘어섰다.

경기 시작 시각에 맞춰 연합뉴스 등 언론진이 찾은 TQL 스타디움 그라운드에는 이 무더위를 식혀줄 그늘이 거의 전무했다.

지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커버하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관중석 부분만 간신히 덮는 구조여서 사이드라인 인근을 제외하면 경기장 대부분이 강렬한 직사광선에 무방비로 드러났다.

심어진 켄터키블루그래스 잔디의 성장에는 최적의 조건이지만, 그 위에서 직접 뛰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혹독한 시련이다.

새벽부터 뜨거운 햇살을 흠뻑 받아들인 잔디밭이 지면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면서 타오르는 더위가 경기장 전체를 휘감았다.

경기 환경을 직접 체험하고자 기자가 그늘 없는 경기장 주변을 20여 분간 걸어보니 두통이 밀려오고 피부가 쓰라릴 만큼 햇볕이 살인적이었다.

그늘이 없는 TQL 스타디움. 사진[연합뉴스]
그늘이 없는 TQL 스타디움. 사진[연합뉴스]
핵심 선수들은 90분 이상 이런 고통스러운 뙤약볕 속에서 견뎌내야 한다.

다행히 태양의 각도가 낮아지는 오후 4시 30분 이후부터는 중앙 지역에도 지붕 그림자가 드리워지지만, 이때는 경기시간 기준으로 후반 중반을 넘어선 시점이다.

앞서 이곳에서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와 2차전을 치른 도르트문트는 햇볕이 너무 강렬한 탓에 교체 선수들을 전반 내내 라커룸에 대기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후반전에는 벤치에 대형 파라솔을 설치해 햇볕을 최대한 차단하려 애썼다.

해당 경기가 시작된 정오 시간대에 햇빛이 그라운드는 물론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뒤덮어 벤치 멤버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한 조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 도르트문트 측 설명이다.

니코 코바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교체 선수 일부는 경기 전체를 벤치에서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직접적인 열기를 받지 않는 시원한 환경에 놓을 수도 있다"며 다시 한번 라커룸 대기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도르트문트전이 시작되는 오후 3시경부터는 TQL 스타디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그늘이 형성돼 일단 교체 선수들은 햇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찜통 같은 더위에도 한낮 경기가 진행되는 배경에는 상업적 이익이 자리하고 있다.

FIFA는 축구 인기가 높은 유럽의 '프라임 타임'에 이번 대회 킥오프를 맞추려 했다.

TQL 스타디움. 사진[연합뉴스]
TQL 스타디움. 사진[연합뉴스]
미국 동부 오후 3시는 유럽 중부 시각으로 오후 9시에 해당한다. 전체 63경기 중 35경기가 현지시간 오후 5시 이전에 배치됐다.

1년 후 다가올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상당수 경기의 킥오프가 한낮에 설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FIFA 역시 현재로서는 적절한 기술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얼음물이나 차가운 수건을 최대한 많이 제공해 선수들의 체온을 낮추고 쿨링 브레이크를 매회 실시하고 있지만, 폭염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

미국, 멕시코보다 여름이 서늘한 캐나다 지역에 경기가 배정되는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혹서 속 경기력과 선수단 체력 관리 방안을 각 팀이 독자적으로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 원리가 어떻든 실제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의 우려는 크다.

울산 미드필더 이진현은 "매 경기마다 선수들이 경기장 온도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고 토로했고,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에릭은 "이런 더위에서는 경기 강도나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폭염 속 '정오 경기'를 경험한 도르트문트의 스웨덴 출신 풀백 다니엘 스벤손은 "내일도 매우 뜨겁고 습할 것이다. 낮 12시 경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펠릭스 은메차는 "우리가 한 번 겪어봤는데 아주 힘든 환경이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경기지만 그것을 핑계로 삼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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