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통산 3번째 정상에 오른 호주 교포 이민지가 최종 라운드를 이렇게 회고했다.
4타 차 선두로 출발해 3타 차 우승을 거뒀지만, 거센 바람과 빠르고 견고한 그린 등 까다로운 조건에서 고된 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초반 6홀에서 3타를 내준 이민지는 "오늘은 정말 인내심의 하루였다. 어떤 샷은 제 의도대로 나갔고, 어떤 샷은 그렇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후반에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제가 계획한 경기 운영을 충실히 실행하자는 생각뿐이었다. 특히 이런 어려운 조건에서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샷마다 집중하는 것, 그게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리더보드를 지속적으로 확인했다는 이민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되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했다"며 "물론 긴장했다.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지만 심장은 계속 빨리 뛰고 있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올해부터 도입한 빗자루 형태의 브룸스틱 퍼터를 작년부터 사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 잘 되고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민지는 "지난 몇 년간 퍼팅 때문에 자신감을 잃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시기를 극복한 우승이라 더욱 의미 있다"며 퍼터 교체를 이번 우승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하면서 손목 움직임이 줄어들고 훨씬 자유로워졌다. 과도한 생각도 줄일 수 있었고, 그게 큰 도움이 됐다"며 "올해는 퍼팅 부문 기록 개선이 큰 목표였는데 그건 달성했다"고 했다.
이민지는 "처음엔 의심도 있었지만, 결국 효과를 봤다. 나를 더 믿게 됐다"면서 "지금까지 10번의 우승이 기쁨이었다면, 이번 우승은 '회복'이다. 의심을 딛고 나 자신을 되찾은 기분이다. 그래서 더 자격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우승 현장에는 어머니가 함께했고,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동생 이민우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민지는 "부모님은 정말 많은 것을 희생하셨다. 그들 앞에서 우승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며 "민우는 어디에서든 제 소식을 챙기고 있고 아빠는 호주에 계시지만 분명 중계방송을 보셨을 것이다. 가족은 늘 제 뒤에서 힘이 되어주는 존재"라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동생 이민우와는 대조적이라는 이민지는 "성격은 정반대지만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 저는 루틴과 안정성을, 민우는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중시한다"고 소개했다.
"다음 목표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이라는 이민지는 "언젠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고 싶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 그게 제가 골프를 시작한 이유이자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 연합뉴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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