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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스리백 전술 무력화한 마멜로디..."킥오프 1시간 지연으로 대응책 마련"

2025-06-19 12:16

김판곤 감독. 사진[연합뉴스]
김판곤 감독. 사진[연합뉴스]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첫판부터 울산 HD를 1-0으로 꺾은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겔 카르도주 감독은 킥오프가 1시간 5분 지연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김판곤 울산 감독이 스리백을 사용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킥오프가 늦어져 전술을 점검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카르도주 감독은 지난 18일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보통 (울산은) 풀백을 낮게 배치하고, 포백을 썼는데 오늘은 파이브백이었다"며 "(킥오프 지연으로) 전술과 경기 플랜을 조정할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간 포백을 토대로 공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울산은 이번 대회는 폴란드 출신 센터백 밀로시 트로야크를 중심으로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명백히 한 수 위 전력의 팀을 상대로 경기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펴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신 수비 안정성을 높이고, 준족을 자랑하는 엄원상·루빅손을 윙백으로 둬 순간 찾아오는 기회를 살려 승점을 쌓겠다는 구상이었다.

웅크릴 때는 파이브백으로 공세를 막아내다가, 공수 전환 시 측면을 공격 활로로 삼는다. 역습을 허용해도 후방에 센터백 3명이 있다.

실제로 마멜로디가 스리백 전술에 적응하지 못한 초반 득점에 가까운 장면이 나왔다.

전반 4분 서명관의 패스를 따라 뒷공간을 파고든 엄원상이 오른 측면을 돌파한 뒤 중앙으로 쇄도한 에릭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했다.

엄원상. 사진[연합뉴스]
엄원상. 사진[연합뉴스]
에릭의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겨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날 울산이 만든 가장 인상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전·후반을 통틀어 보면 마멜로디의 허를 찌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스리백에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두껍게 쌓은 줄 알았던 중앙 수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전반 36분 이크람 레이너스가 문전으로 파고드는 데도 미리 차단하지도, 민첩하게 반응하지도 못한 베테랑 김영권이 실점의 빌미를 줬다.

결승골을 포함해 마멜로디는 울산의 골망을 세 차례 흔들었다.

전반 29분 코너킥 상황에서 레이너스가 득점한 듯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핸드볼이었다. 트로야크가 고통을 호소해 잠시 그라운드를 나가자 수비진이 순간 집중력을 잃었다.

전반 39분 오프사이드로 판독된 레이너스의 슈팅도 트로야크가 속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면서 슈팅으로 이어졌다. 세 장면 모두 중앙 수비가 헐거워진 결과였다.

스리백 앞 미드필더로 배치된 정우영, 보야니치까지 5명이 중앙 지역을 지켰으나 공을 몰고 전진하거나 배후를 파고드는 상대 선수 2, 3명을 저지하지 못했다.

고승범만 전 지역을 누비며 꾸준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공수 전환을 늦추려 했으나 동료들의 활동량 부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득점이 필요해진 후반, 결국 울산은 포백으로 돌아갔다.

울산 HD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울산 HD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후방이 뚫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라인을 올려 마멜로디를 상대로 잠시 공세를 폈으나 체력적으로 부치는 상황에서 마무리가 무뎠다.

울산의 남은 상대는 브라질과 독일 명문 플루미넨시와 도르트문트다. 22일 맞붙는 2차전 상대 플루미넨시는 첫 경기에서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후반까지 유지해 도르트문트를 고전케 했다.

K리그에서처럼 포백을 써 정면 승부로 맞붙기엔 체급 차가 명백한 가운데, 수비를 맡은 베테랑들의 떨어진 활동량과 느려진 발에서 '스리백 딜레마'가 나타나 김판곤 감독의 고심도 깊어졌다.

일단 김판곤 감독은 준비했던 전술이 어느 정도 구현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준비했던 전술은 어느 정도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엄원상과 루빅손에게 더 공격적인 침투를 기대했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김판곤 감독이 의도한 대로 양 측면 깊숙한 지역을 공략하는 엄원상과 루빅손의 움직임을 더 살리려면 중원 자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그나마 보야니치와 서명관이 윙백들이 침투할 때 전진 패스를 공급했을 뿐 나머지는 압박을 이기지 못해 백패스를 연발, 역습 위력을 반감시켰다.

윙백으로 양 팀 진영을 번갈아 누비며 평소보다 많은 거리를 뛴 엄원상은 경기 후 "감독님께서 원하셨던 몇 장면을 만든 건 괜찮았던 것 같다"면서도 "이기려고 스리백을 준비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승범. 사진[연합뉴스]
고승범. 사진[연합뉴스]


[전슬찬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3117@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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