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골프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이 메이저 대회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오크몬트컨트리클럽(Oakmont Country Club)에서 열렸다.
그리고 이 극한의 코스를 뚫고 승리의 깃발을 꽂은 이름은 바로 J.J. 스펀이다.
대회 내내 거친 러프, 유리알 그린에서 허덕이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 그는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성공시키며 대회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로 US 오픈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 순간을 보며 나는 한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형극지로(荊棘之路).
가시나무와 가시덤불이 뒤엉킨 길, 즉 극한의 고난과 역경이 가득한 여정을 뜻한다.
이 표현은 『사기(史記)』나 『서경(書經)』에서도 사용되며 위대한 성취의 이면에는 반드시 피와 땀의 가시밭길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5년 오크몬트는 이 고사성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4일 내내 선수들은 스코어를 줄이기보다 잃지 않으려 싸웠고 버디보다는 보기 사수가 목표가 된 희귀한 전장.
오크몬트의 그린은 손끝의 떨림조차 용서치 않았고 러프는 철저히 욕심을 꺾어버렸다.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조차 고개를 숙였고 수많은 샷이 홀 가장자리를 돌아나가며 스코어카드에 상처를 남겼다.
그런 코스에서 J.J. 스펀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안한 리더보드 속에서도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고 18번 홀 버디로 가시밭길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의 스코어는 합계 -1타로 유일한 언더파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단 한 타는 수많은 선수들이 흘린 땀과 좌절의 집합 위에서 홀로 세운 깃발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다시금 느꼈다.
골프란 실력만으로는 안 되는 인내와 집중, 감정의 조절이 빚어내는 서사라는 것을.
그리고 형극지로란 단지 ‘어려운 길’이 아니라 그 길을 견딘 자에게만 열리는 문이라는 것도.
J.J. 스펀의 우승은 단순한 이변이 아니다.
그는 한 홀 한 홀 가시덤불을 헤치며 걸어온 진정한 골프 여정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우리는 박수칠 수밖에 없다.
형극지로를 끝내 걸어낸 자에게 그리고 오크몬트라는 시험장을 지나온 모든 선수들에게.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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