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할아버지 머브 월리스는 뉴질랜드 크리켓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뉴질랜드 크리켓 국가대표로 오랜 기간 활약한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작위까지 받은 인물이다.
월리스의 형제와 아들들도 모두 뉴질랜드에서 유명한 크리켓 선수로 활동했다.
외가로부터 크리켓에서 나온 공 치기 재능을 물려받았다면, 친가로부터는 힘과 순발력, 그리고 집중력을 이어받았다.
폭스의 아버지 그랜트 폭스는 1985년부터 1993년까지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 '올 블랙스'에서 활약한 스타 선수였다.
키커 포지션에서 뛴 그랜트 폭스는 현대 럭비의 골 키킹 기법을 개발한 개척자로 인정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럭비와 크리켓을 접하며 운동선수의 꿈을 키웠지만, 골프 선수는 당시 폭스의 우선 목표가 아니었다. 그가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8세가 되어서였다.
하지만 그는 끈질긴 노력으로 프로 골퍼의 길을 개척했다.
폭스는 아버지가 열심히 노력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항상 그 결과에 만족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최소한 고개를 들고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과 함께 '재능이 노력하지 않으면 노력이 이긴다'는 신념이 자신을 지탱해왔다고 밝혔다.
호주 투어에서 프로 골프 경력을 출발시킨 폭스는 2019년 호주투어와 DP 월드투어를 동시에 인정받는 ISPS 한다 월드슈퍼6 퍼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DP 월드투어 무대에 진출했다. 2023년에는 PGA 투어 특별 임시 회원 자격으로 PGA 투어에 입성했다.
그 과정에서 2023년 DP 월드투어의 대표 이벤트인 BMW PGA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증명했다. 그는 DP 월드투어에서 총 4차례 우승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PGA 투어 활동을 시작한 지난해에는 톱10 진입 3차례에 페덱스컵 랭킹 118위로 간신히 투어 카드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5월 12일 머틀비치 클래식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달성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우승을 추가했다. 페덱스컵 랭킹도 25위까지 급상승했다.
특히 두 차례 우승 모두 연장전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샘 번스(미국)와 18번 홀(파5)에서 벌어진 연장전은 무려 4차례까지 이어졌다.
처음 3차례 연장전에서는 양쪽 모두 버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폭스는 네 번째 연장전에서 259야드가 남은 상황에서 두 번째 샷을 과감하게 3번 우드로 선택해 홀컵 2m 이내에 볼을 떨어뜨렸다.
번스도 투온에 성공했지만 10m 이글 퍼트와 2m 버디 퍼트를 연달아 실패했고, 폭스는 두 번의 퍼트로 간단하게 버디를 완성하며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폭스는 세 번째 연장전까지는 양쪽 모두 상대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는 베개싸움을 벌였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네 번째 연장전에서의 3번 우드 샷은 자신의 평생 최고 샷이었다며,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면 더 좋았겠지만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폭스는 이번 우승으로 아직 확정하지 못했던 US오픈 출전권을 확보했다.
세계랭킹 75위였던 폭스는 이번 우승을 통해 US오픈 출전 자격 기준인 60위 이내 진입이 확실해졌다.
그는 머틀비치 클래식 우승으로 PGA 챔피언십 개막 일주일 전에도 출전권을 획득한 바 있다.
폭스는 머리가 어지럴 정도라며, 이 대회 출전 전부터 자신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마지막 날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결국 성공했다고 기쁨을 표했다. /연합뉴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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