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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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골프이야기] 우공이산(愚公移山) – 오늘도 우공은 산을 옮기고 있다

2025-06-09 10:21

김홍택의 아이언샷 / 사진=KPGA 제공
김홍택의 아이언샷 / 사진=KPGA 제공
골프 연습장에 가면 늘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항상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클럽을 휘두르고 같은 템포로 스윙한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그의 연습은 한결같다.

그를 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도 7번 아이언만 치고 있어요?”, “아직도 백스윙 고치고 있어?”그는 속으로 대답한다. “응, 나는 산을 옮기는 중이야.”

골프를 시작한 지 꽤 되었지만 스코어는 여전히 90 전후다. 슬라이스는 친구처럼 따라다니고 벙커 탈출은 매번 사투다. 연습장 코치는 늘 같은 말만 반복한다. “그 손목… 아직도 고정 안 되셨어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매일 30분씩 스윙 영상 돌려보고 아침마다 퍼팅 매트 위에서 공을 굴린다.비 오는 날도, 바쁜 날도, 허리 좀 아픈 날도 그는 무너질 듯한 그의 스윙을 다시 쌓고 또 무너뜨리며 고친다.

그때 마음에 가장 와닿는 고사성어가 있다.우공이산(愚公移山)중국 고전 『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로 산 아래 살던 노인 ‘우공’이 집 앞을 막은 두 산이 불편하다며삽을 들고 매일 그 흙을 퍼내기 시작한다. 이웃들이 조롱한다. “아니, 그게 되겠어?”그러자 그는 말한다. “내가 안 되면 아들이, 손자가 계속하면 언젠가는 옮기겠지.”

그 어처구니없는 고집과 우직함에 결국 하늘이 감동하여 신령을 내려 산을 들어 옮겼다는 이야기다.

우공은 어리석은 노인이라 불렸지만 사실은 지독할 만큼 끈질긴 사람이었다.하루 한 삽이 산을 옮긴다는 믿음, 그 비효율적이고 지루한 반복을 견뎌내는 인내, 그건 어쩌면 골퍼가 가장 배워야 할 자세 아닐까?

요즘은 SNS 속 골퍼들이 너무 멋있다. 3개월 만에 싱글, 비거리 250m, 퍼팅 한 번에 ‘딱’.하지만 그건 하이라이트일 뿐이다. 진짜 골프는 아무도 보지 않는 연습장 한구석에서 어제와 같은 실수를 또 하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아직도 드라이버가 잘 안 맞고 아이언은 날씨에 따라 변덕이 심하고 퍼팅은 홀컵만 보면 손에 땀이 난다. 그래도 괜찮다.매일 한 삽씩, 내 안의 골프라는 산을 깎아가고 있다. 언젠가 그 산이 옮겨질지, 내가 늙어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의 연습만큼은 내가 나를 이기는 시간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그 어리석은 노인을 오늘도 연습장에서 만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그 노인은 어쩌면 어제의 나였고,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나일지도.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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