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를 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도 7번 아이언만 치고 있어요?”, “아직도 백스윙 고치고 있어?”그는 속으로 대답한다. “응, 나는 산을 옮기는 중이야.”
골프를 시작한 지 꽤 되었지만 스코어는 여전히 90 전후다. 슬라이스는 친구처럼 따라다니고 벙커 탈출은 매번 사투다. 연습장 코치는 늘 같은 말만 반복한다. “그 손목… 아직도 고정 안 되셨어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매일 30분씩 스윙 영상 돌려보고 아침마다 퍼팅 매트 위에서 공을 굴린다.비 오는 날도, 바쁜 날도, 허리 좀 아픈 날도 그는 무너질 듯한 그의 스윙을 다시 쌓고 또 무너뜨리며 고친다.
그때 마음에 가장 와닿는 고사성어가 있다.우공이산(愚公移山)중국 고전 『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로 산 아래 살던 노인 ‘우공’이 집 앞을 막은 두 산이 불편하다며삽을 들고 매일 그 흙을 퍼내기 시작한다. 이웃들이 조롱한다. “아니, 그게 되겠어?”그러자 그는 말한다. “내가 안 되면 아들이, 손자가 계속하면 언젠가는 옮기겠지.”
그 어처구니없는 고집과 우직함에 결국 하늘이 감동하여 신령을 내려 산을 들어 옮겼다는 이야기다.
우공은 어리석은 노인이라 불렸지만 사실은 지독할 만큼 끈질긴 사람이었다.하루 한 삽이 산을 옮긴다는 믿음, 그 비효율적이고 지루한 반복을 견뎌내는 인내, 그건 어쩌면 골퍼가 가장 배워야 할 자세 아닐까?
요즘은 SNS 속 골퍼들이 너무 멋있다. 3개월 만에 싱글, 비거리 250m, 퍼팅 한 번에 ‘딱’.하지만 그건 하이라이트일 뿐이다. 진짜 골프는 아무도 보지 않는 연습장 한구석에서 어제와 같은 실수를 또 하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아직도 드라이버가 잘 안 맞고 아이언은 날씨에 따라 변덕이 심하고 퍼팅은 홀컵만 보면 손에 땀이 난다. 그래도 괜찮다.매일 한 삽씩, 내 안의 골프라는 산을 깎아가고 있다. 언젠가 그 산이 옮겨질지, 내가 늙어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의 연습만큼은 내가 나를 이기는 시간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그 어리석은 노인을 오늘도 연습장에서 만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그 노인은 어쩌면 어제의 나였고,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나일지도.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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