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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골프이야기] 전광석화(電光石火) – 홀인원, 인생에서 가장 번뜩이는 순간

2025-05-26 09:21

홀인원에 기뻐하는 타이거 우즈(왼쪽)와 아들 찰리 / 사진=연합뉴스
홀인원에 기뻐하는 타이거 우즈(왼쪽)와 아들 찰리 / 사진=연합뉴스
지난 토요일 저녁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우야! 나 홀인원 했다!”

선배의 들뜬 목소리에 술기운이 조금 실려 있었지만 벅찬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형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3년간 형님 옆에 꼭 붙어 있겠습니다.”

모든 골퍼의 로망, 꿈이자 환상, 그리고 전설처럼만 들리는 ‘그 순간’이었다.

내가 아무리 골프를 오래 했어도 그 짜릿한 한 컷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은 아직 없다.

홀인원은 대부분 파3에서 이루어진다.

거리는 보통 100미터에서 180미터 사이인데 짧거나 긴 경우도 더러 있다.

공이 클럽 페이스에 정확히 맞아야 하고 탄도가 적절해야 하며 바람도 도와야 하고 그린의 경사와 핀 위치까지 딱 맞아야 한다. 심지어 공이 떨어지는 순간 ‘튕김’까지 예술처럼 연출되어야 한다.

이 모든 변수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순간, 공은 마침내 홀컵으로 ‘사라진다’.

그 모습을 본 자들은 말한다.

“한 줄기 번개처럼 들어갔다.”, “정말 아무도 예상 못 한 순식간이었다.”


이 장면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전광석화(電光石火)

‘번개의 빛과 부싯돌의 불꽃’이라는 뜻으로 극히 짧은 순간의 일을 표현할 때 쓰인다.

이 고사성어는 『남사(南史)』와 『자치통감(資治通鑑)』에 등장한다.

군사 전략에서 적보다 한발 앞선 행동을 하거나, 찰나의 기세로 전세를 뒤집는 장면을 묘사할 때 사용되었다.

그만큼 전광석화는 준비된 자만이 맞이할 수 있는 ‘순간의 기회’를 뜻한다.

홀인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건 단지 ‘운 좋은 한 방’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연습, 땀, 실패, 자기관리, 수많은 라운드의 누적이 만든 결과다.

수십 수백 번 홀컵을 지나쳐 간 공들, 아깝게 핀 옆에 멈춘 샷들, 퍼팅 라인을 놓치고 탄식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한 컷, 그리고 그 순간은 ‘번개처럼’ 찾아온다.

홀인원은 마치 인생이 선사하는 보너스처럼 짧고도 강렬한 섬광 같다.

지인의 홀인원 소식을 축하하며 나 역시 다음 라운드에서 그 ‘전광석화’의 순간을 만날 수 있기를 다시 꿈꾼다.

홀인원은 숫자가 아니다. 골프 인생이 내게 보여주는 가장 찬란한 번개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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