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3(금)

축구

'광대→영웅' 포스테코글루 감독 "1월부터 유로파리그만 노렸다"

2025-05-22 20:19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 포스테코글루 감독. 사진[AP=연합뉴스]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 포스테코글루 감독. 사진[AP=연합뉴스]
"1월 말, 이적 시장이 마감됐을 때, 난 바로 그 순간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노리기로 결정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에 17년 만의 우승을 안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물리치고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정상에 올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 "이건 의심할 여지 없이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업적"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유로파리그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은 구단 사람 다수의 의사와 반대되는 것이었지만, 난 정말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서 "그 이후로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은 유로파리그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했다. 리그에서 대가를 치렀고, 그 책임은 내가 졌다"고 돌아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사진[AP=연합뉴스]
포스테코글루 감독. 사진[AP=연합뉴스]
토트넘엔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뒤 끝없이 이어지던 무관의 시간을 끝낸 경사스러운 사건이다.

이 업적을 지휘한 사람이 불과 하루 전날까지 '광대'라고 조롱받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라는 점은 매우 극적이다.

그리스계 호주인으로 축구 변방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오다 런던 빅클럽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에 10년 동안 헌신해온 골잡이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의 이번 '결승전 서사'의 두 축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의 브리즈번 로어, 맬버른 빅토리, 호주 대표팀, 일본 요코하마 F.마리노스 등을 지휘하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 사령탑을 거쳐 토트넘으로 왔다.

호주 A리그와 일본 J리그 우승을 달성했으며, 셀틱에서는 2022-2023시즌 트레블(3관왕)과 정규리그 2시즌 연속 우승을 지휘하는 등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이어온 결과였다.

그런데 올 시즌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성적이 추락하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현지 언론의 표적이 됐다.

선수들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 펼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선수들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 펼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는 이브닝스탠더드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처한 상황을 두고 '영웅과 광대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표현했고,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화를 숨기지 않았다.

마침내 유로파리그 우승의 대업을 이뤄내자 몇몇 언론은 이제 그를 '연쇄우승마'라며 치켜세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EPL을 버리고 UEL 우승에 집중하는 담대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토트넘에 가장 중요한 게 '우승'이라고 판단해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은 늘 세계 최고 수준의 감독과 선수들이 몸담았지만, 이런 우승의 밤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역사 때문에 구단은 나를 충분히 믿지 못했다"면서 "이 구단엔, 단순히 우승 경험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토트넘은 EPL 잔류 마지노선인 17위다.

UEL 우승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에게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숫자다.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 포스테코글루 감독. 사진[EPA=연합뉴스]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 포스테코글루 감독. 사진[EPA=연합뉴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과 따로 잡혀있는 미팅은 없다고 밝혔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구단 관계자들과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구단 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단지 이날 결승전을 기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한 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이 토트넘에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그는 "난 늘 승자였다. 경력 내내 승자였다. 우승은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이라면서 "내 성취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 성취가 이쪽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난 우승만 해왔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호텔로 돌아가 가족, 친구들과 좋은 스카치위스키를 한 병 따고, 금요일 우승 퍼레이드를 준비하겠다. 일요일 마지막 리그 홈 경기는 강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그러고 월요일엔 아름다운 우리 가족과 휴가를 떠나겠다. 난 그럴 자격이 있다. 나머지는 될 대로 되라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슬찬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3117@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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