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부산 KCC의 신임 사령탑 이상민 감독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스스로를 '실패한 감독'이라 표현하며 이번이 지도자로서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했다. 전창진 감독의 뒤를 이어 KCC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실패한 감독인 나를 KCC에서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KCC에 온 것"이라며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KCC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임 직후의 부담감도 솔직히 드러냈다. "선수 때도 긴장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벌써 너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눈에 다래끼가 크게 났다"며 "하루도 안 됐는데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눈이 아주 심하게 부어서 병원까지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 감독과 KCC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KCC의 전신인 현대전자에서 2006-2007시즌까지 간판 선수로 활약했으며, 단순히 구단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3년 연속(1997-1998시즌~1999-2000시즌) 정규리그 1위, 2년 연속(1997-1998시즌, 1998-199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2003-200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고, 1997-1998시즌과 1998-1999시즌에는 연속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화려했던 포인트가드 시절을 기념해 등번호 11번은 KCC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이 감독은 친정팀에 다시 우승을 안기면서 지도자로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자신의 남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올여름 열심히 준비해 팀에 우승을 안기는 게 목표"라며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KCC를 우승으로 이끌고 좋은 기분으로 농구계를 떠나 은퇴하는 게 개인적인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이 꼽은 KCC의 최우선 과제는 선수단 건강 관리다. KCC는 국내 최고 포워드로 평가받는 최준용, 송교창을 보유했으나, 두 선수는 부상으로 2024-2025시즌 각각 17경기, 8경기만 출전했다. 핵심 선수들의 공백으로 허웅과 이승현에게 부담이 가중된 KCC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9위(18승 36패)로 추락했다.
"건강한 KCC와 그렇지 않은 KCC는 너무 다른 팀이었다. 다음 시즌에는 건강에 특히 신경 쓸 것"이라며 "외국 선수와 아시아 쿼터 선수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추구하는 농구에 맞는 선수를 고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 트렌드는 빠른 농구다. 나도 공격적이고 빠른 농구를 좋아한다"며 "KCC는 그에 맞는 선수 구성이 이뤄진 팀이다. 최준용도, 송교창도 전부 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전창진 감독 체제에서 진행됐던 '태백 전지훈련'도 올여름에는 실시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CC는 도로에서 고강도와 저강도 달리기를 반복하며 체력을 끌어올렸으나, 이 감독은 태백 대신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태백에는 안 가려 한다. 체육관과 일반 트랙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많다. 두 개를 병행해서 선수단 몸 상태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슬찬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3117@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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