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1(일)

골프

[김기철의 골프이야기] 호사다마(好事多魔) – 버디의 기운엔 언제나 그림자가 있다

2025-05-01 12:00

집중하여 그린을 살피는 김효주 선수 / 사진=연합뉴스
집중하여 그린을 살피는 김효주 선수 / 사진=연합뉴스
골프 라운드 초반 파의 행진, 흐름이 좋다. 공은 잘 맞고 그린은 부드럽게 받아준다. 퍼팅도 찰떡같다. 이렇게 되면 마음 한켠에서 '오늘 뭔가 되겠는데?'라는 속삭임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그렇게 기대가 피어나는 찰나 드라이버 티샷은 갑자기 우측 숲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페어웨이 벙커에서는 탈출이 힘들다. 두 번째 샷은 그린을 훌쩍 넘기고 퍼팅은 컵 가장자리를 맴돈다. 어디서부터 어긋났을까?

이럴 때 생각나는 네 글자가 바로 호사다마(好事多魔)다.

좋은 일에는 반드시 마(魔)가 따른다는 뜻. 잘 풀리는 순간일수록 예상치 못한 복병이 숨어 있다는 경고다. 기원은 불교와 사서삼경에서 찾을 수 있으며 사기(史記)에서는 인물의 흥망과 그에 따른 경계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한다.

인간의 자만과 방심은 늘 화를 불러오고 세상의 이치는 균형을 향해 움직이니 지나친 상승세엔 반드시 조정이 따른다는 지혜가 담겨 있다.


골프에서도 이 고사성어는 너무나도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흐름이 좋을 때일수록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감이 교만이 되기 전에 흥분이 조급함으로 바뀌기 전에 샷 루틴을 하나하나 다시 점검해야 한다. 평소보다 더 느리게, 더 집중해서 샷 하나 하나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동반자의 칭찬에 과하게 들뜨지 말자. "오늘 뭐야, 실력 숨겼어?", "프로급인데?" 이런 한마디가 오히려 리듬을 흔드는 독이 될 수 있다. 겸손은 스코어카드에 기입되는 숫자보다 훨씬 더 중요한 덕목이다.

호사다마의 마(魔)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자만과 방심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마음속에 이 사자성어를 새기며 오히려 잘 풀릴수록 더 차분해지는 골퍼가 되어보자. 버디를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력 그 이상 바로 겸손과 루틴이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