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때 생각나는 네 글자가 바로 호사다마(好事多魔)다.
좋은 일에는 반드시 마(魔)가 따른다는 뜻. 잘 풀리는 순간일수록 예상치 못한 복병이 숨어 있다는 경고다. 기원은 불교와 사서삼경에서 찾을 수 있으며 사기(史記)에서는 인물의 흥망과 그에 따른 경계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한다.
인간의 자만과 방심은 늘 화를 불러오고 세상의 이치는 균형을 향해 움직이니 지나친 상승세엔 반드시 조정이 따른다는 지혜가 담겨 있다.
골프에서도 이 고사성어는 너무나도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흐름이 좋을 때일수록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감이 교만이 되기 전에 흥분이 조급함으로 바뀌기 전에 샷 루틴을 하나하나 다시 점검해야 한다. 평소보다 더 느리게, 더 집중해서 샷 하나 하나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동반자의 칭찬에 과하게 들뜨지 말자. "오늘 뭐야, 실력 숨겼어?", "프로급인데?" 이런 한마디가 오히려 리듬을 흔드는 독이 될 수 있다. 겸손은 스코어카드에 기입되는 숫자보다 훨씬 더 중요한 덕목이다.
호사다마의 마(魔)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자만과 방심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마음속에 이 사자성어를 새기며 오히려 잘 풀릴수록 더 차분해지는 골퍼가 되어보자. 버디를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력 그 이상 바로 겸손과 루틴이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