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 스탯캐스트를 활용한 다양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의 17일(한국시간) 자료에 따르면, 이정후의 배트 스피드는 시속 68.5마일(약 110㎞)로 리그 하위 12%다.
그러나 '느린 방망이'에도 이정후는 2025시즌 초반 MLB 전체를 통틀어 열 손가락에 꼽히는 타자로 맹활약 중이다.
타율(0.338) 8위, 장타율(0.699) 6위, OPS(출루율+장타율·1.048) 8위, 2루타(10개) 1위, 최다 안타(23개) 공동 9위, 득점(19개) 3위 등 공격 대부분 지표에서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다양한 세부 지표 역시 이정후가 뛰어난 타자라는 걸 알려준다.
베이스볼서번트는 한 장의 그림을 통해 현재 타자의 가치를 보여준다.

이정후는 시즌 초반 '온통 빨강' 지표로 마치 상종가로 가득한 주식 시장 현황판을 떠올리게 한다.
먼저 이정후가 타격으로 만들어 낸 득점 가치(Batting Run Value)는 현재까지 8로 리그 상위 4%다.
또한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답게 주루를 통해 창출한 득점 가치(Baserunning Run Value)는 1로 상위 1%에 해당한다.
타구의 질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지표인 예상 가중 출루율(xwOBA)은 0.394로 리그 상위 14%, 예상 타율(xBA)은 0.332로 리그 상위 5%다.
이처럼 다양한 지표들 가운데 눈에 띄는 건 배트 스피드(Bat Speed) 항목이다.
하위 12%의 느린 속도로도 이정후가 뛰어난 성적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정확성과 콘택트 기술이 있다.
정확하게 맞히는 기술이 특출하다면, 굳이 빠르게 휘두르지 않아도 타이밍과 일관된 배트 궤적으로 꾸준히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부터 배트에 공을 맞히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러한 재능은 MLB에서도 이어진다. 이정후의 헛스윙률(Whiff%)은 17.3%로 상위 11%다.
또한 이정후는 최근 MLB에서 가장 주목하는 데이터 가운데 하나인 이상적인 발사각 비율(LA Sweet-Spot%)이 뛰어나다.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한 발사각 8∼32도 사이에 쏘아 올린 올 시즌 타구 비율은 43.1%로 리그 상위 13%다.

이정후처럼 배트 스피드가 느리면서도 뛰어난 타격 성적을 보여준 선수는 2022∼2024년 타격왕을 차지한 MLB 현역 최고의 교타자 루이스 아라에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아라에스는 지난해 배트 스피드가 하위 1%임에도 헛스윙 비율(6.9%) 상위 0%, 이상적인 발사각 비율(40.9%)은 상위 2%였다.
마지막으로 이정후는 배럴 타구 비율(시속 95마일 이상·발사각 26∼30도)과 타구 속도 모두 리그 중위권이다.
그런데도 리그 정상급 성적을 유지하는 건, 그만큼 정확한 콘택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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