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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은 바둑 고수들의 반격, 이지현·강동윤 위협적 성장세

2025-04-09 14:55

맥심커피배에서 신진서를 꺾고 우승한 이지현 9단. 사진[연합뉴스]
맥심커피배에서 신진서를 꺾고 우승한 이지현 9단. 사진[연합뉴스]
'두뇌 스포츠' 바둑계에서 20대가 전성기라는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30대 프로기사들이 강세를 보이며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선수층이 얇았던 시절에는 30대는 물론 40대 기사들의 우승도 드물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30대가 결승에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지난 7일 열린 제26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이다. 이 대회에서 이지현(32) 9단이 한국 바둑의 절대강자 신진서(25) 9단을 불계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프로 입단한 이지현은 3연패를 노리던 신진서를 물리치고 5년 만에 맥심커피배 정상에 복귀했다.

신진서는 만 18세이던 2018년 11월 처음 한국 바둑랭킹 1위에 올랐고, 박정환과의 경쟁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64개월 연속 랭킹 1위를 지켜왔다. 그런 그가 최근 인터뷰에서 "서른 살 이후에도 우승하는 기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는데, 오히려 서른이 넘은 이지현에게 타이틀을 내주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대국 후 복기하는 이지현(왼쪽)과 신진서. 사진[연합뉴스]
대국 후 복기하는 이지현(왼쪽)과 신진서. 사진[연합뉴스]
이지현은 우승 직후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욱 기쁘다"며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은 그는 대부분의 선수가 하락세를 보이는 나이에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3월 랭킹에서 개인 최고인 5위에 올랐던 이지현은 4월에는 한 계단 더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 23승 4패, 승률 85.19%로 다승은 신진서(23승 3패·승률 88.46%)와 공동 1위, 승률은 2위에 오른 이지현은 5월 랭킹에서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윤(36) 9단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강동윤은 최근 끝난 2024-2025 KB바둑리그 정규리그에서 11승 3패로 다승 1위를 차지하며 소속팀 영림프라임창호를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2002년 프로 입단한 22년 차 베테랑인 그는 삼십 대 후반을 향해 가는 나이에도 지난 3월 랭킹에서 12년 만에 3위에 복귀했으며, 4월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바둑리그 정규리그에서 다승 1위를 차지한 강동윤 9단. 사진[연합뉴스]
KB바둑리그 정규리그에서 다승 1위를 차지한 강동윤 9단. 사진[연합뉴스]
한편, 한국기원이 발표한 4월 랭킹에서는 상위 10위 중 신진서를 제외한 6명이 30대 기사들로 채워졌다. 2위 박정환(32), 3위 강동윤(36), 4위 이지현(32), 8위 원성진(39), 9위 안성준(33), 10위 김정현(33)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한때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30대 기사들이 전성기로 불리는 20대를 압도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바둑TV 해설가 최명훈 9단은 "최근 활약하는 30대 기사들은 대부분 운동을 철저히 하면서 체력을 기른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선수는 즐겼던 술·담배를 아예 끊고 헬스클럽에서 주 5일 이상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면서 20대 기사에게 밀리지 않는 기량을 유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체력 향상으로 공부 시간도 늘어난 30대 프로기사들의 역주행은 20대와 10대 기사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면서 한국 바둑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슬찬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3117@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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