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범은 당시 타이거즈가 1승 1무 2패로 밀린 채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른 5∼7차전에서만 도루 4개를 기록하고 삼성 배터리를 흔들어 역전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이종범은 그해 KS에서 7개의 도루를 기록해 故 장효조(삼성·1984년)와 더불어 역대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 도루 공동 1위를 달린다.
삼성으로서는 수비형 포수 박선일이 플레이오프에서 다쳐 KS에 뛰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후 31년 만에 KS에서 다시 만난 KIA와 삼성의 '달빛 시리즈'에서도 KIA의 뛰는 야구를 삼성이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타력을 겸비한 호타 준족의 자질을 유감없이 뽐낸 '제2의 이종범' 김도영(KIA)의 발을 프로 데뷔 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KS 무대를 밟은 삼성 포도대장 강민호가 얼마나 잘 묶느냐가 핵심이다.
홈런 38개와 도루 40개로 정규 시즌을 마감해 역대 국내 선수 최초의 40홈런-40도루 달성을 아쉽게 놓친 김도영은 20일 열린 KS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야구'를 공식 선언했다.
김도영은 "비공식 경기(KS 대비 연습경기와 청백전)에서 홈런 2개를 채워 40-40을 이뤘기에 마음이 편하다"며 "한국시리즈에서는 강점인 발을 이용해 상대를 공략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도영은 올해 삼성과 치른 16경기에서 도루 4개에 성공했다. 실패는 없었다.
김도영은 또 삼성전에서 가장 많은 14개의 볼넷을 골랐다. 9개 구단을 상대로 한 출루율을 보면, 삼성과의 경기에서 4번째로 높은 출루율(0.427)을 기록했다.

강민호는 19일 LG 트윈스와 치른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회 홍창기, 2회 오지환의 2루 도루를 연속으로 막아 쌍둥이의 뛰는 야구를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강민호는 당시 경기가 끝난 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베이스 위가 아닌 주자가 달려오는 길목으로 송구하는 연습을 했고 운이 좋게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스로 들어간 야수에게 송구했다가는 주자가 2루에서 살 가능성이 크기에 주자가 2루에 닿기 전 슬라이딩할만한 지점에 공을 던져 잡겠다는 전략이 통한 셈이다.
실제 홍창기는 당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손으로 2루를 찍기 전에 다리가 강민호의 송구에 먼저 걸린 바람에 아웃됐다.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런 강민호의 송구법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김도영은 "큰 욕심은 없다"면서도 "내가 할 것만 하면, (자신이) 스타성이 있다면 한국시리즈 MVP도 받을 것"이라며 내심 통합 MVP의 꿈을 감추지 않았다.
공수의 주축인 강민호는 박진만 삼성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기대를 걸고, 반대로 KIA 선수들은 가장 경계하는 대상 1호다.
두 팀 팬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김도영과 강민호의 일거수일투족이 21일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KS를 빛낼 맛깔스러운 양념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연합뉴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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